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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2018에서 2032로

입력
2018.12.26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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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오른쪽)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14일 북측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제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에서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2020 도쿄하계올림픽 공동진출과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한 세부 추진방안 등을 협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오른쪽)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14일 북측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제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에서 합의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2020 도쿄하계올림픽 공동진출과 2032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한 세부 추진방안 등을 협의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놀이란 실없는 짓이다. 놀이 그 자체 외에 다른 목적이 없는 행위다. ‘톰 소여의 모험’의 어린 톰 소여도 일찍이 일갈했다. ‘노동이 몸이 해야 하는 일이라면, 놀이는 몸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그 실없는 놀이가 때론 큰 열매를 맺곤 한다. 어느 진화생물 학자는 인류가 돌을 던져 동물을 잡은 것보다 돌을 던지는 행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성취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던지는 동작을 통해 뇌를 활성화시켜 점차 언어 및 도구 사용과 같은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 범주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스포츠도 때론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내놓는다. 올해만큼 스포츠의 힘을 제대로 실감했던 적이 있나 싶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송년모임에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지며 남북 정상을 두 번이나 만나게 하고, 북미 정상 회담까지 이끌어냈다. 스포츠가 국가 운명을 바꾸었다”고 평가했다.

스포츠와 평화의 인연은 고대 올림픽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만큼은 전쟁을 금지하고 적을 찌르던 창으로 멀리던지기를 겨루고, 생사를 건 육박전 대신 레슬링으로 승자를 가리자는 게 올림픽 정신이다. 고대 올림픽이 지닌 평화의 메시지를 제대로 실현시킨 무대가 평창이 된 것이다.

스포츠는 남북 교류를 선도했고 다른 협의를 원만하게 이끄는 역할도 했다. 남북 당국자들이 만나 이야기를 풀어갈 때 단일팀의 성과 등은 초반의 어색함을 풀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서로의 닫힌 마음을 여는 가장 쉬운 방법이 스포츠다.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반목을 없애는 수단으로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남북이 가장 활발한 협력을 이루고 있는 스포츠는 더 큰 걸음을 내딛는다. 지난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이야기다. 평창만큼의 결실만 거둘 수 있다면 2032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는 마다할 일이 아니다. 유치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남과 북의 교류와 발전은 더욱 공고해지고 빨라질 것이다.

2032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에 더 관심이 많은 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은 지난달 도 장관과 북한의 김일국 체육상에게 서한을 보내 남북이 사전 합의해 내년 2월 15일 스위스 로잔으로 공동개최 계획을 들고 와 발표하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도쿄올림픽 위원장도 부를 테니 그 자리에서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남북 단일팀 문제도 함께 상의하자고 했단다.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가 나서야 하는데 되레 IOC가 먼저 와서 설명하라고 적극성을 보이는 건 이례적이다.

사실 평창의 성과를 맛본 IOC 입장에선 한반도의 또 다른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것이다. 또 올림픽 유치에 이만한 명분도 없을 것이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이었다면 2032 올림픽은 그 결실을 보여주는 종착점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해왔다.

올림픽 개최지 선정은 보통 7년 전에 결정되는데, 2032년 대회 개최지 선정은 2020년이나 2021년으로 앞당겨질 수도 있다. 앞으로 1~3년 남북은 유치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쳐야 한다.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외에도 세계적 관심을 끌 스포츠 메가 이벤트들을 남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게 좋을 것이다.

개최지 선정에는 북한의 비핵화 진행 여부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를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다. 유치를 위해 남북이 긴밀히 협력하는 그 시간이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킬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피로감을 보이며 머뭇거리는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데 스포츠가 또 다시 추진동력이 될 수 있다. 스포츠의 위대한 힘에 또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

이성원 스포츠부장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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