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m 떨어진 임청각 복원사업 끝나는 2025년 이후 칠층전탑 정비키로
국보 16호인 경북 안동시 법흥사지 칠층전탑이 기울어진 채 수십 년간 방치되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지어진 이 전탑은 높이 17m, 기단 너비 7.75m 규모로 벽돌로 만들어진 현존 전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유물이다.
25일 안동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문화재청 조사 결과 이 전탑은 남쪽방향으로 2도 가량 기울어져 있다. 1381년 중수되고 1487년에 개축된 이 전탑은 조선시대에 금동 상륜부가 객사의 일부로 쓰이면서 훼손됐다.
1930년 일제가 중앙선을 놓으며 철길에 가로막힌 전탑은 고성이씨 탑동파 종택과 철길 사이에 있어 중앙선 열차가 시속 60~80㎞ 속도로 이 구간을 지나칠 때마다 소음과 진동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전탑은 보수작업 후에도 시멘트로 땜질된 곳이 많아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안동시 관계자는 “일제가 철길을 놓을 때 지반 영향 탓에 전탑이 기울어져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 측도 “운행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철길을 옮기기 전에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안동시는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5,600만원을 들여 전탑의 이끼와 잡초 등을 제거하는 보존처리사업을 벌였으나 근본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안동시는 칠층전탑의 안전은 크게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200m 정도 떨어진 임청각 복원사업이 끝난 후 전면해체 등의 방식으로 전탑을 보수할 계획이다. 임청각 복원사업은 기본설계와 토지매입, 발굴조사 등을 거쳐 2025년에야 마무리될 전망이다. 복원사업이 마무리되면 인근 철로는 철거된다.
올 하반기 임청각과 칠층전탑 방문객은 1만3,500명 정도로 추정되며 임청각 복원 후에는 증가할 전망이다. 관광객 허민아(34ㆍ여)씨는 “예전부터 칠층전탑이 기울어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기차가 계속 다니고 있어 불안하다”며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된 전탑이 하루빨리 본연의 모습을 찾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호태 안동문화지킴이 대표는 “대부분의 건축물이 습기가 많은 철길이나 그늘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며 “칠층전탑을 복원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깊이 있는 연구와 조사를 거쳐 제대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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