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급휴일 수당ㆍ시간 모두 제외… “주휴시간 빼달라” 재계 요구엔
고용부 “시급제-월급제 근로자, 임금 달라질 수 있어” 선 긋기
정부가 이른바 ‘주휴수당 쇼크’를 막기 위해 예정대로 법정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넣되 노사가 약정한 유급휴일은 제외하는 수정안을 24일 내놨다. 그러나 기업의 임금 부담에서 이전 개정안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어 경영계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소정근로시간 외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하도록 명시했다. 정부는 경영계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우려에 따라 근로기준법에 따른 법정 주휴일(1주 최대 8시간) 외에 노사가 정한 유급휴일은 임금과 시간 모두 최저임금 시급 산정 시 제외하는 수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20일 차관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놓고 노사가 정한 유급휴일을 제외하는 수정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재계의 거센 반발이 있다. 노사 합의로 유급휴일을 한 주에 하루 분(8시간)보다 더 많이 주는 기업이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 산정 기준에 넣을 경우 인건비가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 대기업에서는 주당 12시간(토요일 4시간ㆍ일요일 8시간)을 유급휴일로 인정하고 있어 이를 포함한 기준 근로시간은 226시간으로 불어나고, 이 시간이 커질수록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도 커진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공개 경제장관회의에서도 기재부와 산업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고용부는 30년간 행정해석으로 지켜온 기준을 명문화한 것이기에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현장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올해 10월 약정 휴일수당과 시간은 소정근로시간과 그에 따른 대가가 아니라고 본 대법원 판결도 고용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정부의 수정안은 고용부의 원안과 실질적으로는 동일하다. 예를 들어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기본급 185만원(약정 휴일수당 14만원 포함)의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계산할 경우, 현행대로라면 185만원을 기준 근로시간 226시간으로 나누고 고용부의 수정안은 약정 휴일수당을 뺀 171만원을 약정 휴일시간을 제외한 209시간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둘 다 시간 당 최저임금은 8,180원으로 동일하다.
재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휴수당은 월 급여에 넣되 주휴시간은 기준 근로시간에서 제외시켜 달라고 주장해 왔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그러나 이를 수용할 경우 “시급제와 월급제 근로자의 임금이 달라질 수 있다”고 사실상 선을 그었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임금을 월급으로 받는 근로자는 주휴수당(월 노동시간 209시간 중 주휴시간 35시간에 해당하는 수당)만큼의 임금을 덜 받아도 최저임금 위반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시급제 근로자에 비해 임금이 16%(35/209×100)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또 최근 현대모비스 등 일부 대기업의 고연봉 근로자의 최저임금 미달의 원인에 대해서는 기본급은 적지만 상여금이 많은 임금체계 자체에 있다고 봤다. 때문에 이를 개편하기 위한 시정기간을 최장 6개월 부여하기로 했다. 임금체계를 고칠 의지가 있는 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위반하더라도 당분간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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