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사우디서 첫 전시
전통부채 꾸미기 등 문화체험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의 국립박물관에서는 요즘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현지인들이 한국의 붓을 사용해 전통 부채를 꾸미고, 전통 편지지인 시전지에 아랍어로 편지를 쓴다. 점토판이나 파피루스 또는 양피지의 역사를 거친 아랍지역 사람들에게 닥나무 소재로 만든 한지의 질감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리야드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문화 특별전 ‘한국문화로 가는 매혹의 여정’에서 진행되는 교육·체험 행사다.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국가유산위원회와 함께하는 교환 전시로 중동지역에 한국의 역사를 소개하는 최초의 자리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우리 문화재를 소재로 교육과 체험 행사를 여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유물 260건, 557점이 내년 3월 7일까지 공개된다. 신라 6세기 초 서봉총 금관(보물 제399호)과 서봉총 금허리띠 등 경주 서봉총 출토품을 비롯해 고려청자, 조선 청화백자 등 시대별 역사를 알려주는 대표 유물이 5부로 나뉘어 전시된다.
지난 18일 열린 개막식에는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 위원장인 술탄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 왕자 등 400명이 넘는 인사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신라 황금 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서봉총 금관과 조선의 왕실 복식 등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문화재를 영상으로 세밀하게 보여주는 디지털 돋보기 등 한글과 아랍어를 동시에 사용한 체험형 디지털 전시를 보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전시”라 평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가장 중요한 원유 공급처로 1970년대 이후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한 중동 건설 사업의 중심지다. 최근 국가 전반에 개혁과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여러 부문에서 한국과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추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발판으로 세계 각 지역에서 한국문화 특별전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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