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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공예 끝판왕 돼 아빠의 중화요리에 조합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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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공예 끝판왕 돼 아빠의 중화요리에 조합해야죠”

입력
2018.12.31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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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민씨, 룩셈부르크 컬리너리월드컵 설탕공예부문 금상 

최근 세계요리대회 설탕공예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고수민 씨가 28일 실습실에서 '팅커벨'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최근 세계요리대회 설탕공예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고수민 씨가 28일 실습실에서 '팅커벨'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최근 세계요리대회 설탕공예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고수민(왼쪽)씨가 28일 실습실에서 전 국제기능올림픽 제과부문 금메달리스트 이정욱 파티쉐와 함께 '팅커벨'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최근 세계요리대회 설탕공예 부문에서 금상을 받은 고수민(왼쪽)씨가 28일 실습실에서 전 국제기능올림픽 제과부문 금메달리스트 이정욱 파티쉐와 함께 '팅커벨' 캐릭터를 만들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고수민씨가 지난달 말 룩셈부르크 컬리너리 월드컵에 출전해 금상을 차지한 후 자신의 작품인 ‘형사 가제트’ 설탕공예 작품 옆에서 상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고수민씨가 지난달 말 룩셈부르크 컬리너리 월드컵에 출전해 금상을 차지한 후 자신의 작품인 ‘형사 가제트’ 설탕공예 작품 옆에서 상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고수민 씨 제공

짜장면 집 아들이 제과제빵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경북 경주시 황성동에서 중화요리 전문점인 백리향 고록재(52ᆞ경주화교청년회장) 사장의 아들인 수민(22)씨는 지난달 말 룩셈부르크 키르히베르크 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컬리너리 월드컵에서 페이스트리 아트(설탕공예) 부문에 출전해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했다.

4년마다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독일요리올림픽, 싱가포르 국제요리경연대회와 함께 세계조리사회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3대 요리대회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번 대회에도 60여 개국에서 2,000여 명의 셰프가 출전했다.

고수민씨가 선보인 작품은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형사 가제트’를 표현한 설탕 공예였다. 고 씨는 “동양적인 주제로 작품을 만들려다 세계인들이 공감할 아이템으로 ‘형사 가제트’가 떠올랐다”며 “특유의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애니메이션 캐릭터라는 점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고 씨에게 주방은 놀이터였다. 어릴 적부터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등을 만드는 아버지의 주방에서 뛰놀았다. 요리는 그의 세계였다. 유치원 다닐 때 그가 그린 장래 희망 그림은 흰색의 길다란 모자에 프라이팬을 양손에 든 셰프였다. 정치인과 과학자, 의사, 판사 등을 그린 또래들과 너무 달라 유치원 교사가 부모 상담을 요청할 정도였다.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아들의 끼를 알아봤다.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인 아들을 요리학원에 보냈다. 어깨 너머로 익힌 요리 솜씨에 이론이 더해졌다. 아버지가 바쁠 때는 단무지와 양파를 썰어내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수타면도 거뜬히 뽑아내면서 요리 신동이라는 말도 들었다.

고교 1학년 때 한식요리사자격증을 취득한 고 씨는 부모가 외출한 사이 혼자 30여 명의 단체주문을 받아 상에 올린 적도 있었다.

“중화요리도 옛날 방식에 머물러서는 글로벌화하는 손님들의 입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그는 “중화요리에 한국의 맛을 가미해 글로벌한 음식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씨는 경주 삼성생활예술고 관광조리과를 졸업하고 프랑스요리학교인 르 코르동 블루 숙명여대 부설 아카데미를 수료한 후 한국호텔조리전문학교에 재학 중이다. 그곳에서 그는 우리나라 최연소 제과기능장인 김호겸 파티시에의 문하생으로 설탕공예를 배우고 있다.

그는 매년 경주 일대 불우이웃에게 자장면 파티를 열고 있는 아버지를 본받아 주변에서 푸드트럭의 메뉴 개발도 돕는 등 재능기부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국제요리대회에서 첫 수상한 그는 내년에는 홍콩국제요리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루가 바쁘다. “설탕공예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고씨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디저트 전문점을 열어 정상에 올려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후에는 아버지 희망처럼 가업인 중화요리 전문점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고수민씨는 “아버지의 일품 중화요리에 설탕공예를 가미한 멋진 요리를 개발해 세계인들을 놀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경주=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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