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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축함, 일본 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준” 딴지 거는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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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축함, 일본 초계기를 레이더로 조준” 딴지 거는 日

입력
2018.12.23 16:36
수정
2018.12.23 19:5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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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 해명에도 연일 항의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장관. 도쿄=AP 연합뉴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장관. 도쿄=AP 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로 냉각된 한일관계가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조난된 북한 어선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우리 해군 구축함이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로 조준한 것을 연일 항의하면서다. 국방부의 해명에도 일본 정부는 최근 한일관계를 의식한 ‘숨은 의도’가 있다고 판단, 여론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국방부는 20일 조난 중인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위치를 신속히 찾기 위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작동한 것으로 일본 측에 해명한 바 있다. 군 관계자는 “해군 구축함이 구조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북한 선박을 신속하기 찾기 위해 화기 관제 레이더를 포함한 모든 레이더를 가동했고, 이 과정에서 인근 상공을 비행하던 일본 초계기를 조준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22일 당시 구조된 북한 주민 3명과 시신 1구를 판문점을 통해 인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상황 발생 하루 뒤인 21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의 기자회견에 이어 22일 방위성 보도자료를 통해 “조난 선박을 수색하기 위해서는 수상 탐색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며 “화기 관제 레이더는 공격 직전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정확하기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수색에 적절하지 않다”고 국방부 해명을 반박했다.

일본 언론들도 23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 한국 측 해명을 반박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화기 관제 레이더 조준은 수초간 이뤄진 게 아니라 분(分) 단위로 이뤄졌다”고 했고, 산케이(産經)신문도 “조준은 두 차례 있었다”며 “(한국 측의) 의도가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초계기가 동해 상 일본 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비행 중이었고, 레이더 경보음이 울려 방향을 돌렸음에도 수분간 조준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록온(무기 조준한 상태)까지 한 것은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미국이라면 유사시 공격에 나섰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 주장도 소개했다.

일본 측이 정부 차원의 항의와 함께 언론에 격앙된 분위기를 전달하는 배경에는 대법원 판결, 화해ㆍ치유재단의 해산 등으로 쌓인 한국 측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측근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부(副)장관이 22일 “있을 수 없는 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케이신문은 총리관저 관계자를 인용해 “문재인 정권은 상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도 23일 일본의 전방위 공세에 맞서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해군 관계자는 “소형 선박의 경우 기존 대함 레이더를 가지고는 탐색이 어렵기 때문에 당시 화기 관제 레이더까지 가동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군 소식통도 “동해 상에서 조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축함이 선박 수색을 위한 매뉴얼대로 항해용 레이더와 사격 통제 레이더를 풀 가동하고 있었다”며 “이후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 쪽으로 빠르게 접근해오자 광학카메라를 운용했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 구축함은 일본 초계기를 식별하기 위해 영상 촬영용 광학카메라를 켰고, 광학카메라는 추적레이더(STIR)와 붙어 있어 카메라를 켜면 레이더도 함께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어 “추적레이더가 함께 돌아갔지만 초계기를 향해 빔을 방사하지 않았다”며 “실제 일본 초계기를 위협한 행위는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이 보도한 록온 상황이 아니었고, 일본 정부도 우리 해군이 공격 의도를 가진 행위가 아닌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대법원 판결 등) 어려운 문제에 한국 측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에 일관되게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에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 간 협의에서 대법원 판결 외에 이번 사안도 다뤄질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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