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폭로와 맞물려 논란이 되고 있는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의 실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김 수사관이 비밀을 누설한 것인지, 국민 알권리를 위해 공익제보를 한 것인지에 대해서 조사하는 등 ‘투 트랙’수사에 돌입했다.
23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김 수사관이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과 문건 내용의 진위여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다. 앞서 자유한국당은 서울중앙지검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등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고, 이 사건은 다시 서울동부지검에 이송됐다. 자유한국당이 19일 공개한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관련 리스트에는 ‘qk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진보교수 전성인, 사감으로 VIP 비난’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경매 관련 SK 측에 8,000억 특혜 제공’ 등 민간인이나 민간기업에 대한 사찰이 의심되는 대목이 다수 있다. 김 수사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식 보고 체계를 거쳤다’는 식의 입장을 밝혀, 야권을 중심으로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 수사관 폭로와 유사한 사건으로, 2014년 11월 불거진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 사건 때도 검찰은 문건 내용에 대한 진위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정윤회씨가 이재만ㆍ정호성ㆍ안봉근 비서관 등 당시 ‘문고리 3인방’과 주기적으로 만나 인사 동향을 논의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고, 박관천 당시 경정이 문건 유출의 당사자로 지목됐다. 검찰 수사 결과 이 문건 내용은 “허위”였지만, 이후 정윤회씨 배우자였던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정윤회 문건’이 재조명 받았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윤회 문건 자체는 검찰 수사대로 허위였지만, 이후 그의 부인이던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졌다”며 “청와대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 입장에서도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김 수사관의 폭로가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선 서울중앙지검에서 사건을 이송 받은 수원지검이 수사를 진행한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경우 적용될 수 있다. ‘누설 행위’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수 있지만 문제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느냐다. 대법원 판례에선 비밀을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써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김 수사관이 첩보를 통해 만든 보고서가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게 검찰 수사의 첫 단계가 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비위행위로 자신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날 건드리면 다치는 사람 많다’는 취지에서 한 행위라면 공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하긴 힘들 것”이라며 “다만 이 사건을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공익제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아 검찰로서도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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