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기조와 레저인구 증가로 대형차를 선호하는 현상이 올해도 이어졌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올해 판매한(11월 누적) 중형급 이상 승용차는 총 69만8,326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0.3% 늘었다. 전체 승용차 판매량이 감소한(0.2%) 점을 감안하면 ‘나 홀로 성장’을 보인 셈이다.
중대형급에는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그랜저(10만2,682대 판매)를 비롯, 싼타페(9만8,559대), 카니발(7만914대), 쏘렌토(6만656대), 쏘나타(6만656대) 등 베스트셀링카 톱10이 다수 포함돼 있다. 중형급 미만으로 베스트셀링카는 아반떼(7만420대)와 모닝(5만4,404대)뿐이다. 레저활동 증가로 공간 활용성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진 데다, 저유가 기조와 연비 기술 발달 등으로 경ㆍ소형차의 이점이 희석된 결과다.
실제 그랜저, K7 등이 있는 준대형 세단(14만5,209대 판매)이 감소세를 보였음에도 2년 연속으로 준중형 세단(13만6,231대)보다 더 판매됐다. 대형 세단은 K9 등의 인기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7% 증가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산 중대형차도 ‘젊은 오빠’스타일로 외관을 변경하고 편의성 등을 높이면서 중소형차 소비층마저 흡수한 것이다.
경차는 판매량이 7.5% 줄었고, 소형 세단은 직수입 차량인 볼트와 클리오가 합류하면서 증가세(34.2%)를 보이긴 했지만 판매량(1만3,847대) 규모가 전체 차급 중 가장 적어 영향이 크지 않았다.
급성장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급에서도 대형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주요 신차가 포진한 소형SUV는 전년(33.8% 판매량 증가)에 비해 성장이 둔화한 9.4% 증가에 그쳤으며, 노후한 모델이 집중된 준중형SUV는 오히려 13.5% 판매가 줄었다.
반면 싼타페가 속한 중형 SUV는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한 20만7,269대가 판매되며 전체 차급 중 최다 판매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대형SUV급도 전년보다 12.9% 더 팔렸는데, 최근 싼타페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는 팰리세이드가 출시했고 G4 렉스턴 롱보디 모델이 내년 가세할 예정이어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 대형차들이 수입차와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며 소비층까지 확보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주요 신차들이 중대형차급에 포함돼 있어, 큰 차 선호 현상이 유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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