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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택시의 진화

입력
2018.12.23 18:00
수정
2018.12.24 15: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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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의 역사는 17세기 중반 마차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유럽 왕실과 귀족 계급에서 타던 마차를 처음 영업용으로 운행한 것은 1625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10여 년 뒤 파리에서도 비슷한 임대업이 등장했다. 영국 왕 찰스 2세는 1662년 이른바 ‘해크니 캐리지(hackney carriage)법’으로 이 사업을 공식 허용한다. 최초 두 마리 말이 끄는 4륜 6석 크기의 임대 마차는 1834년 한 마리가 끄는 2륜 2석의 ‘핸섬 캡(hansome cab)’이 등장해 보급에 불이 붙었다. 핸섬 캡은 해크니 캐리지보다 작은 몸집으로 통행이 유리했고 유지 비용이 적어 값싼 요금이 인기의 이유였다.

▦‘택시’라는 이름은 19세기 후반 발명된 요금계산기 ‘택시미터(taximeter)’에서 왔지만, 또 다른 명칭인 ‘캡’은 프랑스어 ‘카브리올레(cabriolet)’에서 따온 이 ‘핸섬 캡’에서 유래한 것이다. 1900년대 들어 포드가 상용자동차를 내놓자 크기가 해크니 캐리지 형태로 되돌아간 지금의 자동차 택시가 정착했다. 마차 때처럼 보급 초기 자동차 택시사업은 규제가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당 경쟁에 따른 서비스 질 하락 등 문제로 1930년대 세계적으로 규제 강화 바람이 불었고, 사업자 기준을 높여 적절히 공급을 규제하려는 이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방식에 균열을 낸 것이 기존사업자의 틀을 확장한 우버 같은 공유형 차량서비스이고 지금 논란인 카풀서비스다. 국내의 출퇴근 시간 택시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여러 통계 자료가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여럿이겠지만 이미 세계적 추세인 공유형 차량서비스에 대한 선호가 높다. 안전 문제 등을 보완한다면 소비자가, 시장이 원하는 우버 같은 서비스의 본격적인 허용이나 카풀서비스에 반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카풀서비스 반대”를 외치지만 택시사업자들도 공유형 차량서비스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닌 듯하다. 저임금 중노동에 시달리는 기사들은 이 참에 안정된 처우를 얻기 원하고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는 차량 가동률을 높여 수익 늘리기를 원한다. 결국 더 효율적인 택시 운행으로 시장의 전체 매출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것이 원만한 해결 방향이다. 완전월급제나 택시의 우버화 등 정부의 복안은 이에 부합한다. 사업자나 기사들도 자율주행차 보급 시대에 택시사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고민해 대화를 통한 사회적 타협에 이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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