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 참으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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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 참으면 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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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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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통증 계속되는 ‘만성통증’ 

 만성통증 방치하다간 수면장애ㆍ우울증ㆍ불안 시달려 

특정 질환이 없는 데도 이유 없이 통증이 3개월 계속된다면 치료해야 할 만성통증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통증은 노화에 따른 현상일 뿐이다’, ‘만성통증은 급성통증처럼 치료대상이 아니다’, ‘통증은 참고 견뎌야 이겨낸다’, ‘통증을 호소하는 것은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다’ 등등…

‘참는 게 미덕’이라고 한다. 이런 속담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이 통증으로 고통스러워도 치료에 소홀히 한다. 통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원인이 사라져도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통증’이 된다. 만성통증은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한다. 교통사고 후 상처는 아물었지만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만성통증 환자가 250만명으로 추정된다(대한통증학회). 하지만 많은 환자가 이를 방치하다가 수면장애ㆍ우울증ㆍ불안ㆍ자살충동 등 다양한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

 특정 질환 없이 3개월 이상 아프면? 

특정 질환이 없는데도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자체로 질병인 '만성통증'일 수 있다. 조대현 대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국내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만성통증을 앓고 있다”며 “만성통증이 생기면 신호체계인 신경계가 고장이 나서 치료하기 힘들 수 있다”고 했다.

통증은 대개 염증이나 신경계 질환 등 다양한 질환으로 인해 생기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 통증 자체가 질병이 된다. 통증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망가지면서 원인 질환을 치료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급성통증이 3개월 이상 반복되면 신경세포에 통증을 전달하는 전기신호가 많아져 통증이 심해지고 오래 지속된다. 이때 신경세포 안에 자극을 받아들이는 수용체도 늘어나기에 통증에 예민해지고 자극을 하지 않아도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만성통증은 스트레스를 늘려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 몸을 흥분시키는 교감신경계가 활성화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혈압과 혈당이 올라간다. 이 때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또 아픈 부위 대신 다른 신체만 사용하면서 근골격계가 약해질 수 있다.

이처럼 만성통증은 혈압이나 혈당 상승, 집중ㆍ기억력 감소, 수면장애, 우울증, 면역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통증환자에서 우울증이나 우울감 유병률이 30~70% 정도 생긴다. 60~80%의 만성통증 환자가 수면장애나 의욕 상실을 호소한다.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뇌에서 감정과 통증 전달에 관여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만성통증의 가장 큰 문제점의 하나가 자살이다. 만성통증 환자의 20% 정도가 자살충동을 느꼈고, 5~14% 환자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충동은 통증이 심하고, 병을 않는 기간이 길수록 더 커진다.

이는 대한통증학회가 통증 환자 1,060명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만성통증으로 31%가 직장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수면장애(60%), 우울(44%), 집중ㆍ기억력 저하(40%), 불안(37%), 자살충동(35%)을 겪고 있다. 전영훈 대한통증학회 회장(경북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조금만 지나면 호전될 것이라고 여겨 통증을 참다가 치료시기도 놓치고 난치성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통증점수’ 21점 이상이면 전문의 진료 받아야 

대한통증학회는 통증이 전혀 없는 상태(0점)에서 가장 극심한 통증을 느낄 때(10점)까지 0~10점으로 ‘통증점수’를 제시하고 있다. 통증점수는 통증이 전혀 없으면 0점, 활동할 때는 모르지만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을 느끼면 1점, 활동에 지장이 없는 가벼운 통증은 2점, 취미생활에 지장을 느끼는 중등도 통증은 4점, 취미생활을 할 수 없고 TV 보기ㆍ독서 등이 가능한 심각한 통증은 6점,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매우 심한 통증은 8점, 말을 하기도 힘들 정도의 극심한 통증은 10점으로 매기고 있다. ‘통증점수 자가 체크’ 결과 21점 이상이면 전문의를 찾아가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따라서 통증 치료를 제대로 받으려면 환자가 자신의 통증점수를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 조대현 대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 치료의 첫 단계인 자신의 통증점수를 정확히 알고 난 뒤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의사가 통증점수를 물으면 마음으로는 7~8점을 외치고 싶지만 4~5점, 정말 아프면 6점이라고 말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때문에 통증점수 4점 이상의 중등도 통증 이상의 만성통증 환자 가운데 70% 정도가 적절한 통증 치료를 받지 못해 이들 중 30% 정도는 직업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만성통증 환자 42%는 치료가 만족스럽지 못해 의사를 3명 이상 찾아 다니는 이른바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하고 있다.

홍성준 강동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은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는 것이므로 참다가 병이 깊어지거나 통증에서 점점 더 빠져 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통증이 심하거나 통증과 함께 약물중독 징후가 있으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통증점수 설명] 

0점. 통증이 전혀 없는 상태

1점. 활동할 때는 괜찮은데 가만히 있으면 통증을 느낀다.

2점. 경한 통증: 아프지만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3점. 2, 4의 중간 정도 통증

4점. 중등도 통증: 통증으로 취미생활에 지장을 느낀다.

5점. 4, 6의 중간 정도 통증

6점. 심각한 통증: 통증으로 취미생활을 할 수 없다. TV보기ㆍ독서 등은 가능한 상태.

7점. 6, 8의 중간 정도 통증

8점. 매우 심한 통증: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하기 힘들다.

9점. 8, 10의 중간 정도 통증

10점. 가장 극심한 통증: 통증이 심해 말하기도 힘들다.

 [통증점수 자가 체크] 

1.지난 한달 간 통증으로 직장생활이나 집안활동이 힘들었던 날은 며칠이었습니까?

①5일 이하(1점) ②6~10일(2점) ③11~15일(3점) ④16~20일(4점) ⑤21일 이상(5점)

2.지난 한 달간 통증으로 수면장애를 겪은 날은 며칠이었습니까?

①5일 이하(1점) ②6~10일(2점) ③11~15일(3점) ④16~20일(4점) ⑤21일 이상(5점)

3.평상 시 느끼는 피곤함은 어느 정도입니까?

①전혀 피곤하지 않다(1점) ②약간 피곤하다(2점) ③피곤하지만 견딜 수 있는 정도다(3점) ④겨우 생활할 수 있을 정도다(4점) ⑤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피곤하다(5점)

4.평상 시 느끼는 우울감은 어느 정도입니까?

①전혀 우울하지 않다(1점) ②약간 우울하다(2점) ③우울하지만 견딜 수 있다(3점) ④우울해 겨우 생활할 수 있을 정도다(4점) ⑤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울하다(5점)

5. 다음과 같은 통증이나 감각을 이상 부위에서 느끼십니까?(항목 당 1점)

①타는 듯한 뜨거운 느낌

②시리고 찬 느낌

③찌릿찌릿하게 감전된 느낌

④저릿저릿한 느낌

⑤감각이 떨어진 증상

6. 통증으로 운동이 꺼려지십니까?

①통증이 생기기 전에 평소 운동으로 관리하는 편이다.(1점)

②통증을 극복하고자 더 열심히 운동한다.(2점)

③평소 통증이 있지만 운동하는 데 약간 지장이 있다.(3점)

④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나 운동하면 통증이 심하다.(4점)

⑤아파서 전혀 못 움직이겠다.(5점)

7 .평소 자신의 얼굴 표정과 가장 가까운 그림은 무엇입니까?

① ② ③ ④ ⑤


위 내용(점수) 중 21점 이상이라면 전문의를 찾아 상담ㆍ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당신의 통증 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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