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비서관과 비서관 등 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 5명과 관련한 사건을 잇달아 배당받은 서울동부지검에 정치권 및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사라진 뒤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수사는 주로 서울중앙지검이 도맡다시피 했지만, 최근엔 서울동부지검으로 배당되는 사건이 잇따른다.
청와대 관련 사건이 서울동부지검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8월이었다.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 일당의 불법 여론조작 혐의와 정치권 연루 의혹을 수사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수사를 마치며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사건을 검찰에 인계했고, 대검찰청은 이를 서울동부지검에 배당했다. 송 비서관은 2010년 8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충북 충주의 시그너스컨트리클럽 골프장 웨딩사업부 이사를 맡아 2억8,00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았다. 당시 송 비서관은 경남 양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내면서 19ㆍ20대 총선에 출마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송 비서관이 실제로 이사 업무를 하지 않으면서 급여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지만,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찰에 사건을 인계했다.
서울동부지검은 특수수사를 전담하는 형사6부(부장 주진우)에 이 사건을 배당해 수사 중이다. 9월 해당 골프장을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하고, 지난달에는 송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비서관이 골프장으로부터 급여를 수령한 부분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법리 검토 중인 검찰은 조만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송 비서관 사건은 막바지에 왔지만, 이번에 정치적으로 더 파장이 큰 사건이 동부지검에 배당됐다. 자유한국당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4명의 현직 청와대 관계자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배당된 것. 문무일 검찰총장은 21일 한국당이 임 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별감찰반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해당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피고발인 박 비서관이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팀에서 함께 근무한 점을 고려해 공정성 시비를 피해가기 위한 판단이라고 한다. 피고발인의 주소지 등 사건 관할을 따져보니 동부지검이 맡게 된 것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보통 당 차원의 고발은 대검에 하는데, 이번 건은 한국당이 서울중앙지검을 꼭 찍어 고발장을 제출했고 김태우 수사관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지검장과 박형철 비서관의 관계가 이미 알려져 있어,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을 현 정부의 지시에 따라 검찰이 움직인 것으로 몰고 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김 수사관에게 쏠린 세간의 이목이 부담스러워 사건을 쪼갰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문 총장은 전날에는 청와대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고발한 김태우 수사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다. 수원지검은 인력 사정 등을 고려해 감찰 등 업무를 전담하는 형사1부(부장 김욱준)에 배당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수사관 관련 사건을 같은 검찰청에서 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수사팀을 서울동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나눠 투 트랙으로 수사해 성과를 냈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배당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한국당의 고발장 등 해당 자료를 넘겨 받아 검토한 뒤 수사부서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서울동부지검도 인력 사정이 여의치 않고, 주요 사건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게다가 어떤 결과를 내도 여ㆍ야 어느 한 편으로부턴 질타를 받을 수 있어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