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해군 함정이 동해 상에서 화기(火器) 관제 레이더로 자국의 해상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강력 항의했다. 이에 국방부는 우리 함정이 정상적인 작전 활동으로 레이더를 운용했으며 일본 초계기를 겨냥했다는 것은 일본 측의 오해라고 해명했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장관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해군 함정이 20일 오후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인근 해상에서 레이더로 해상 자위대 소속 P1 초계기를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기 통제용 레이더를 사용하는 것은 실제 화기를 사용하기 전에 하는 행위이며 예상치 못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며 “한국 측에 강력히 항의했고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교도(共同)통신은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우호국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와야 장관은 “주일 한국대사관과 한국 외교부에 강한 유감을 전달했다”고 했다. 또 “이번 사태가 발생한 장소는 독도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NHK는 이와 관련해 지난 2013년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인근 해역에서도 중국 해군 함정이 사격 관제용 레이더로 해상자위대 호위함을 겨냥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일본 측의 기자회견 직후 출입기자단에 배포한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측 해군 함정은 정상적인 작전 임무를 수행 중이었고 일본 자위대 해상초계기 추적할 목적으로 레이더를 운용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측은 위 사항에 관해 설명한 바 있으나, 추후 일본 측에 오해가 없도록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야 장관은 한국 측에 의도를 물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상황은 전날 독도 북동쪽 100㎞ 지점 공해 상에서 북한 선박이 표류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해경과 해군 구축함이 출동, 수색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더를 사용한 것이지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일본 초계기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는 “한국 국방부의 답변이 있었지만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NHK는 전했다.
복수의 방위성 간부들도 “정부 간 여러 문제와 별개로 한국 군과의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놀랐다”면서 “한국 측의 의도를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전날 발생한 상황에 대해 뒤늦게 기자회견을 통해 문제 제기한 것을 두고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등 냉각된 양국 관계를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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