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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맘대로 추다 큰코 다쳐요… “동선에도 저작권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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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맘대로 추다 큰코 다쳐요… “동선에도 저작권 있죠”

입력
2018.12.22 04:40
수정
2018.12.22 09:2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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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계 저작권 어디까지 보호받나

한국 무대에 오른 해외 발레 작품은 안무는 물론 음악, 조명, 무대, 의상까지도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한국 무대에 오른 해외 발레 작품은 안무는 물론 음악, 조명, 무대, 의상까지도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국립발레단 제공

창조적 예술작품에 대한 저작권은 철저히 보호받아야 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구체적인 경계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 전통춤의 대명사, 우봉 이매방(1927~2015) 선생의 ‘삼고무’와 ‘오고무’의 저작권을 두고 유가족과 제자들로 이뤄진 우봉이매방춤보존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용계 저작권 실태를 짚어봤다.

◇전체적인 안무까지 저작권 보호대상

해외 발레 작품이 한국 무대에 오르기 위해 따져봐야 할 저작권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안무와 음악뿐 아니라 조명, 무대, 의상디자인까지 확인해야 한다. 공연은 안무가, 작곡가, 디자이너가 창작한 모든 요소가 각각 저작권을 지닌 결합저작물로 보기 때문이다. 공연단체가 얻게 되는 건 저작물을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는 ‘공연권’이다. 무용계에선 엄격한 저작권 보호가 10여년 전부터 뿌리내린 것으로 본다. 해외 유명 작품과 안무를 들여오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같은 공연을 올리더라도 매번 저작권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지난해 국립발레단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안나 카레니나’는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의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슈폭의 2014년 작품이다. 공연권은 당연히 얻었으나, 재공연을 할 때도 그 때마다 취리히 발레단에 저작권료를 냈다. 이벤트 성격이 짙은 갈라 공연도 예외가 아니다. 장광열 무용평론가는 “예를 들어 ‘한국을 빛낸 해외무용수 초청공연’ 같은 걸 할 때도 안무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한다”고 말했다. 무용 작품에 대한 저작권료는 소품의 경우 회당 40만~60만원 수준이지만, 전막 발레는 회당 2,0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안무에 대한 저작권은 창작 여부에 달렸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안무에서 저작권 보호대상은 고전발레에서 쓰는 특정한 동작이나 어떤 패턴이 아니라 안무가가 연출한 안무와 동선이 전반적으로 모두 다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는 키로프 발레단을 초청해 본인의 허락 없이 발레 ‘아다지에토’를 공연한 일본 공연 기획사에게 저작권 소송을 걸어 1998년 승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 ‘쓰리 스트라빈스키' 가운데 김재덕 안무가의 '아곤'. 스트라빈스키 재단은 음악의 임의 변형을 절대 금지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주제로 한 작품 ‘쓰리 스트라빈스키' 가운데 김재덕 안무가의 '아곤'. 스트라빈스키 재단은 음악의 임의 변형을 절대 금지한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음악, 함부로 바꾸지 마!

무대 분위기를 좌우하는 음악도 만만치 않다. 무용 공연엔 클래식 음악이 더러 쓰이는데, 음악재단들이 엄청 까다롭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저작권 보호 기간은 ‘저작자 사후 70년간’이다. 이 기간 내에 있는 음악을 쓰려면 고생 좀 해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달 초 ‘쓰리 스트라빈스키’를 무대에 올렸다. 20세기 음악거장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음악이 주제였다. 스트라빈스키 재단에 문의하다 ‘아곤’ ‘심포니C’ ‘봄의 제전’ 등을 골랐다. 애초 김재덕 안무가는 ‘불새’를 염두에 두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30분이 넘는 대곡이라서 포기했다. 재단측이 음악을 쓰되 편곡 등 어떤 수정 없이 원곡 그대로 써야 하는 것은 물론, 발췌해서 연주하는 것도 금지한다는 조건을 내걸어서다. 온전한 곡 하나를 통째로 연주해야 하니 ‘불새’ 대신 더 짧은 곡, ‘아곤’을 선택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투오넬라의 백조'에는 시벨리우스의 곡 '투오넬라의 백조' 가운데 7분 정도가 쓰였다. 무대공연에 음악을 주지 않는 시벨리우스재단의 큰 결단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의 '투오넬라의 백조'에는 시벨리우스의 곡 '투오넬라의 백조' 가운데 7분 정도가 쓰였다. 무대공연에 음악을 주지 않는 시벨리우스재단의 큰 결단이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음악을 관리하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재단도 만만치 않다. 시벨리우스 재단은 아예 음악 공연 이외엔 곡 이용을 금지했다. 무용에 쓰일 일 자체가 없었다. 안성수 픽업그룹과 핀란드 비주얼 시어터 컴퍼니인 WHS의 협업으로 2015년 처음 선보인 창작음악극 ‘투오넬라의 백조’에도 숨겨진 사연이 있다. 시벨리우스의 곡 ‘투오넬라의 백조’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었는데 재단측 허락을 얻을 방법이 없었다. 핀란드 단체 WHS와 협업한다는 연결고리를 통해서야 곡 사용 허가를 얻었다. 그것도 ‘투오넬라의 백조’ 곡 가운데 단 7분만 쓰되, 어떤 변형도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이 공연에서 쓰인 나머지 곡들은 모두 따로 만들어 써야 했다.

연주도 저작권자가 승인한 악보만 써야 한다. 저작권자가 살아 있거나 하는 등의 이유로 악보 자체가 출판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럴 땐 악보 저작권을 지닌 출판사에 돈을 내고 악보를 빌려서 써야 한다.

◇전통 기반해 전수된 삼고무는?

예술가의 창작물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런데 ‘삼고무’는 왜 문제가 됐을까. 제자들에게 직접 전수되는 방식으로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홍승기 교수는 “동선과 동작, 음악을 연결시킨 방식에 대한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삼고무라는 공연 양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광열 평론가는 “저작권법에 따라 창작자의 저작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미 이수자가 된 이매방 선생의 제자들이 자신의 춤을 출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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