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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병산서원 가는 길, 확포장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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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병산서원 가는 길, 확포장 언제

입력
2018.12.2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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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교행 어려운 비포장길 2.5㎞ 구간 반사경 달랑 2개… “유네스코 등재 여부 따라 정비”

병산서원 가는 비포장길에서 승용차를 만난 안동 시내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비켜가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병산서원 가는 비포장길에서 승용차를 만난 안동 시내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비켜가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병산서원 진입로는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너비다. 바로 옆에 강변도로 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병산서원 진입로는 버스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너비다. 바로 옆에 강변도로 주의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경북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 병산서원(사적 제260호). 하회마을 뒷산이기도 한 화산 남동쪽 기슭 낙동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안동 대표적 서원이다. 서애 류성룡(1542-1607)과 그의 아들 류진(1582-1645)을 배향한 서원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살아 남은 곳이다.

병산서원 연간 관광객은 25만명(안동시 추정)에 이를 정도로 지역 대표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인근에 하회마을이 있고, 무엇보다 여름철 백일홍과 강 건너 절벽 등 고즈넉한 풍광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회마을 래프팅 출발지점이 병산서원 앞에 있고, 하회마을까지 이어지는 3.5㎞ ‘유교문화길’ 출발지이기도 해 갈수록 관광객이 늘고 있다.

하지만 병산서원은 전국적으로 드물게 비포장 진입로로 악명 높은 곳이다. 대형차량 교행이 불가능한 비좁은 길에다 자욱한 먼지, 비만 내리면 쓸려나가는 노면 등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확포장은 감감무소식이다.

안동시에 따르면 병산서원 진입로는 풍천배수장에서 서원 앞까지 약 2.5㎞가 너비 6~7m에 불과한 비포장 도로다.

도로 한쪽은 낭떠러지고, 반대쪽은 절벽이다. 산 쪽 배수로에 교행하던 차량이 빠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난 8월에도 관광버스가 도랑에 빠져 4시간 동안 마을이 고립된 일도 있다. 구난차량조차 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형차량 교행이 가능한 지점은 아락정 앞 등 2, 3곳에 불과하고, 반사경도 2곳뿐이다.

올 들어 관광객 불편은 더 심해졌다. 먼지로 고통 받던 7세대 10명의 주민들이 마을 앞 도로를 대형 장애물 등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병산서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권경태(46)씨는 “먼지에다 사고위험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비가 좀 많이 오면 길이 쓸려나가고, 시에선 자갈 등으로 채우는 일이 반복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며 근본적 대책을 요구했다.

안동시는 서원에서 걸어서 약 10분 거리에 버스 회차지와 주차장을 조성했지만 이젠 관광객들이 불편해졌다. 이모(45ㆍ서울 도봉구)씨는 “병산서원의 명물 백일홍을 보려고 지난 여름 이곳을 찾았는데 일행으로부터 싫은 소리만 들었다”며 “3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 주차장에서 그늘도 없는 길을 병산서원까지 걷다 보니 속에서 욕이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안동시 홈페이지 국민신문고나 도로관련 부서에는 진입로 확포장을 요구하는 외지인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버스 운전사들의 스트레스는 더하다. 병산서원 가는 길이 기피 도로 전국 1순위다. 관광버스 운전 18년 경력의 이운발(55)씨는 “반대편에서 오는 승용차를 비키려고 오르막길을 100m나 후진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운전이 미숙한 승용차 운전자들은 차에 내려 버스 운전사보고 알아서 해 달라고 하는 일도 생긴다.

이에 대해 안동시는 “병산서원 주변 대부분이 문화재보호구역이어서 문화재청이 공사에 필수적인 현상병견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며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9월쯤이면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등 경북지역 5개 서원을 포함한 전국 9개 ‘한국의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며, 경북도도 등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상태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진입로를 대로처럼 하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차량이 안전하게 교행할 수 있고, 먼지만 날리지 않으면 족할 것”이라며 안동시와 정부에 대해 전향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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