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모빌리티 시대’ 성큼
완성차업체 넘어 스스로 미래차 만드는 부품기업들 속속 출현
독일 부품기업 보쉬, ZF, 콘티넨탈 등 자체 개발 자율주행셔틀 선보여
자율주행차 등 이른바 ‘미래형 모빌리티’ 시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면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전통적인 판도도 뒤바뀌고 있다. 그 동안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쳤던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필수인 전기모터, 센서, 데이터 처리 등 첨단기술을 대거 확보하자 직접 완성차 업체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사들이 오랜 고객이었던 완성차 업체의 막강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21일 코트라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독일의 보쉬는 다음달 열리는 ‘2019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택시를 공개할 계획이다. 마르쿠스 하인 보쉬 영업대표는 “센서, 부품부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플랫폼에 이르는 종합 시스템을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갖췄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주행 테스트도 이미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독일 3대 자동차 부품기업인 ZF도 자율주행 버스인 ‘이고 무버(e.Go Mover)’를 개발해 내년부터 아헨 공장에서 생산에 들어간다. 또 다른 독일 부품사 콘티넨탈도 올해 초 자율주행셔틀 ‘큐브(CUbE)’의 자체 주행실험을 마쳤다.
이처럼 부품기업들이 미래형 차량의 생산, 판매에까지 나서자 완성차 업계에선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영국 런던시는 최근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한 자율주행셔틀 사업을 완성차업체 대신 보쉬에 맡겼다. 하인 영업대표는 “런던 시민의 동선이 담긴 교통 데이터를 런던시로부터 넘겨 받았다”며 “향후 아시아 국가 도시들에서도 같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ZF의 이고 무버 역시 처음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자율주행셔틀이다. 9개의 좌석을 갖췄고, 1회 충전으로 최대 10시간 주행이 가능해 경쟁력이 높은 모델로 평가 받는다. ZF의 볼프 헤닝 슈나이더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미래차 모델의 공급자로 부품기업의 비중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도심 셔틀과 배달 서비스 분야의 자율주행셔틀 수주에선 부품기업이 10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이면엔, 미래형 모빌리티 시대에선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자율주행 운송 시스템에선 기존 완성차 업체가 강점을 지녔던 브랜드, 디자인, 최대출력 등의 중요성이 크게 약화되고 오히려 운송 안전성과 편의성을 뒷받침할 기술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미래차 기술을 보유한 부품기업들이 양철판이나 플라스틱, 서스펜션 등 현가장치를 공급해줄 파트너 기업을 찾는 건 간단한 일”이라며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선 완성차와 부품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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