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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하이에나가 되어 가는 우리

입력
2018.12.22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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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구를 헐뜯고 끌어내릴까 고민한다. 포털 사이트를 열고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누군가의 이름을 보며 성추행, 갑질, 음주운전, 탈세 등의 부정적 단어들을 떠올리며 은근히 그들의 실족과 추락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링크된 기사를 접하는 순간 상상했던 부정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으면 안도감 보다는 실망감이 앞선다. 하지만 상상했던 내용의 기사를 접하는 순간 우리 모두는 먹잇감을 찾아 낸 하이에나가 된다.

기사의 진위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서둘러 글을 퍼나르고 한 마디씩 비난을 쏟아낸다. 모두 사후확신 편견에 사로잡혀 이전부터 그의 실족을 예측이나 했던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정의의 파수꾼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또한 자신의 실패를, 탐욕으로 가득한 불합리한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며 안도한다.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과정에 동참한 듯한 묘한 쾌감은 덤이다.

필요하다면 가족의 잘못을 들추어 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금수저를 들먹이며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이룬 성공은 부정하고자 하면서도, 부모의 과오는 자식에게도 짊어 지우려 한다. 누군가를 추락시키기 위해서는 지끔껏 지켜온 가치관도 잠시 내려놓은 채로, 논리의 모순도 기꺼이 감내한다. 손바닥을 뒤집어 가며 온 나라가 남 걱정에 나라 걱정이다. 고민과 대화 속에 내 자신은 없다.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운영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어느덧 먹잇감을 찾아 헤매이는 하이에나들의 사냥터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무분별한 청원으로 진위의 여부 조차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확산시키고 사회의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 그리고 온라인 공간은 여론 재판의 장이 되어간다. 우리 사회에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없다. 한 번 의혹이 제기되면 그는 죄인이다. 일생동안 쌓아 올린 성과와 평판도 대중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글귀에 한순간에 허물어지기 일쑤다. 어디에도 자신에 대한 성찰은 없다. 손가락질만 난무한다.

연일 박항서 감독의 승전보와 미담이 전해지면서 최근 국내에도 박항서 신드롬이 일고 있다. 하지만 박 감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찬사가 불안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껏 선수로서도 그리고 지도자로서도 국내 축구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박 감독은 베트남으로 건너가 베트남 축구계의 역사를 새로이 써가고 있다. 이제 박 감독은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성공을 만들어 가는 흙수저의 아이콘이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몸짓과 말투 그리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외모는 그의 매력을 더한다. 하지만 패자가 아닌 승자로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순간, 우리는 그를 경계하고 끌어내리려 할 지도 모른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참는 하이에나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길 바란다.

진위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심각성은 이미 도를 넘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이익을 취하는 집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극심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구성원들은 그들이 쏟아내는 선정적인 콘텐츠에 환호하며 위로를 받는다. 방문자 수가 광고수익에 직결되는 온라인 시장의 수익구조는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얼마나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회 구성원들의 궁금증과 공분을 자아내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지가 언론과 방송계의 경쟁력이 돼버렸다.

사회가 다양화하고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자연스런 현상이라 믿고 싶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상처가 너무 깊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과오를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우리의 책무다. 하지만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함께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 또한 우리의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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