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장벽 예산 제외에 반발
성탄절 연휴 직전 폐쇄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국경장벽 건설 예산이 빠져있다는 이유로 전날 상원을 통과한 단기예산안 서명을 거부했다. 예산안 승인여부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연방정부에 예산이 내려가지 않는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CNN 등 외신은 이날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 의장과 케빈 맥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갖고 이 같은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예산안 통과가 예상됐지만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완벽한 국경 안전 없이는 내가 사회간접자본을 포함해 어떠한 입법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들 깨닫기 시작했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서명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보수층을 의식해 트럼프 대통령이 50억달러(약 5조6,500억원)의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셧다운도 불사하겠다는 본래 강경입장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전날 상원은 셧다운에 대비해 국토안보부 등 9개 연방정부에 내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경상경비를 지원하기 위한 단기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트럼프가 요구했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은 내용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을 거부하자, 하원은 이날 다시 한번 국경장벽 예산이 포함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을 넘겨받을 상원에서는 부결이 확실시 된다. 상원에서 예산안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60표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하지만 상원의 공화당 의석은 51석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난민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어온 만큼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21일(현지시간) 자정까지 예산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성탄절 연휴 직전 연방정부는 폐쇄된다.
셧다운 위기가 눈앞까지 다가오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다우지수 1.99%, S&P500지수는 1.58% 넘게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다만 셧다운이 실제 이뤄지더라도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안 규모가 전체 연방 예산의 25%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자금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더라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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