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평가 여론조사]
‘46% vs 45%’ 2년 만에 데드크로스… 호남ㆍ서울 민심 이반
학생ㆍ5060ㆍ남성 부정 평가 많아… 경제ㆍ민생 문제가 1순위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지역별로는 호남, 직업으로는 학생층에서 부정 평가 비율이 급등했다. 야권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에 민심이 이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 쇄신을 위한 과감한 인사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
한국갤럽이 21일 공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취임 이후 가장 높은 46%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면 국정 지지도는 지난주와 같은 45%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선,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 평가만 놓고 보면 지역별로 호남과 서울 민심이 크게 흔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ㆍ전라의 경우 지난주 18%이던 부정 평가 비율이 28%로 10%포인트 급등했다. 서울도 부정 평가 응답이 42%에서 47%로 5%포인트 상승했다. 대구ㆍ경북(긍정 29%, 부정 58%)과 부산ㆍ울산ㆍ경남(긍정 42%, 부정 48%) 등 영남과 대전ㆍ세종ㆍ충청(긍정 37%, 부정 44%)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지지도를 보였다.
직업별로는 학생 층에서 부정평가가 전주에 비해 9%포인트 올라 42%로 치솟았다. 자영업 계층에서도 부정 평가(53%→57%)는 늘고, 긍정 평가(45%→38%)는 줄면서 민심 이반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긍ㆍ부정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30대(63%)와 20대(53%), 40대(50%)에서는 긍정 평가가 많았지만, 50대와 60대에서는 부정 평가가 각각 56%와 57%에 달했다. 성별로도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남성은 긍정(43%)보다 부정(49%) 평가가 높았지만, 여성은 긍정(48%)이 부정(43%) 평가보다 많았다.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는 ‘북한과 관계 개선’(27%), ‘최선을 다함’(10%), ‘외교 잘함’(9%) 등이 거론됐다. 반면 부정 평가 응답자는 ‘경제·민생문제 해결 부족’(47%), ‘대북 관계·친북 성향’(17%) 등을 이유로 꼽았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과감한 인적 개편을 통해 분위기를 일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촛불민심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탄생해 압도적이었던 지지율이 2년 만에 데드크로스라니 격세지감이 들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에 민심이 점차 제대로 깨닫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청와대 특별감찰반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주변 인물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을 해소하고 민심을 얻는 게 국정운영에 핵심적으로 중요한 요소”라며 “문 대통령은 이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같은 핵심 측근에 대한 읍참마속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데드크로스는) 지극히 당연한 결과로, 문 대통령께서는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드셔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의원은 “지금 다잡고 가야 개혁에 성공하고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성공해야 나라가 산다”며 “우리 역사의 불행한 경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도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동반 하락세의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자신감을 더해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동이 터오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 지켜야 할 것을 위해 가야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보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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