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 선고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측이 항소심 재판서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은 1심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위력 행사’ 여부를 놓고 공방을 펼쳤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 홍동기) 심리로 진행된 안 전 지사 항소심 첫 공판에서 안 전 지사 측은 “수행비서라는 지위에 있어 업무상 수직적 권력적 관계가 존재했을 뿐, 위력이 간음ㆍ추행의 수단이 되진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원심은 사무관계에 있기만 하면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명백히 판단했다”면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어 범죄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원심 판단이 타당하므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비난가능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범죄 성립 여부에 있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엄격히 판단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성범죄가 지위의 고하로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검찰은 “사건의 본질은 권력형 성폭력인데 원심은 본질을 제대로 파악 못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원심의 판단에는 위력을 부당하게 축소해서 본 법리 오해가 있다”면서 “각종 물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는 피해자 진술을 배척한 사실 오인, 성폭력 사건을 엄정하게 진행하지 않아 심리를 그르친 심리 미진”을 지적했다.
안 전 지사는 재판에 출석하기 앞서 “정치적 동지였던 김경수 경남지사와 같은 날 법정에 서게 된 심경이 어떠신가”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인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유죄’ ‘미투 강연 왜 했습니까’ 등의 문구가 적힌 옐로카드를 손에 들고 “안희정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이날 재판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김지은씨의 증인신문 등 대부분 과정을 비공개 심리로 진행한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가 위력의 존재감이나 지위를 남용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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