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랬거든요. 일하면서 일만 생각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아들이 저와 너무 닮았습니다. 저는 그 닮은 점이 너무 싫습니다. 아들한테 늘 열심히 하고 그렇게 하길 부탁했는데, 결국은 저를 닮아서 제가 말한 것 때문에 애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가 죽었다고 생각하니까...”
홀로 발전소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 세상을 떠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어머니는 이렇게 자책했다. 전날 공개된 영상 속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는 흰 안전모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컨베이어벨트가 교차하는 ‘환승 타워’ 곳곳을 혼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열흘 전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을 때 모습 그대로였다.
어두운 환승 타워 내부를 비추는 불빛은 김씨의 윤곽을 희미하게 그릴 뿐이었다. 김씨는 육중한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작은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야 했다. 헤드랜턴도 없이 좁은 기계 덮개를 열고 머리를 집어넣어 점검하기도 했다. 김씨 어머니는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우리 아들이 일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며 “아들이 그렇게 힘들게 일했고 그렇게 위험하게 머리를 집어넣고 일해야 되는 그걸 봤을 때, 일하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씨 어머니는 CBS와 인터뷰에서 사고가 발생한 현장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설명했다. 사고 후 직접 현장에 다녀온 그는 아들의 일터를 “넘어지면 어디 잡지도 못하고 바로 죽을 수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승 타워) 안에 컨베이어벨트가 들어가 있는데 너무 협소했다”며 “(CCTV 영상 속 모습처럼) 머리를 확 집어넣다가 우리 아들이 죽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 동료들이) 위에다가 좀 밝게 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자기들 일이 아닌 너네들 일이니 우리는 모르겠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며 “그렇게 인간 취급 못 받고 아들이 죽었다”고 한탄했다. 어머니는 공기업 하청업체에 취직한 아들이 “(동사무소나 시청처럼 깨끗한 곳에서) 그렇게 일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현실을 제가 직접 겪고 나니 완전 사람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이 물건인가 생각했다”며 “없으면 또 하나 채워서 가동하면 되는 건가” 반문했다.
어머니는 김용균씨를 “아들 노릇, 딸 노릇 다했던 착하고 애교 많은 자식”이라고 회상했다. 한전 입사가 꿈이었던 김씨는 1년간 자격증을 준비하고 7개월간 이력서를 넣으면서 일터를 찾았다.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씨는 경력을 쌓아서 한전에 경력직으로 입사하길 꿈꿨지만, 입사 3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씨 어머니는 아들과 같은 다른 비정규직 청년을 위해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가 발생한 태안 화력 9, 10호기를 제외한) 1~8호기는 아예 뚜껑 장치조차 없다”며 “(안전 설비를 갖추기 위해) 1~8호기도 전면 중지해서 남은 청년들도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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