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운용 배후 오리무중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을 눈앞에 두고 영국 수도 런던 남쪽에 위치한 개트윅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을 시도할 때마다 드론이 나타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항 전체가 24시간 이상 임시 폐쇄됐다. 이미 비행기 800여편이 취소됐고 승객 최소 11만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개트윅공항이 위치한 서섹스주 경찰은 20일(현지시간) 전날인 19일 저녁 9시 3분부터 공항 활주로에서 약 50회에 이르는 드론 출현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개트윅공항의 크리스 우드루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드론이 나타난다는 보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적어도 20일 내내 개트윅공항이 폐쇄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교통 방해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21일 이용객도 공항에 오지 말 것을 권고했다.
개트윅공항은 역시 런던에 인접한 히스로공항과 더불어 영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공항으로 꼽히지만 가용 활주로는 하나뿐이다. 이륙 과정에서 드론이 비행기와 공중 충돌하는 등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공항 입장에서는 비행기를 전혀 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영국 법률상 공항 경계선 1㎞ 이내에서 드론을 날리는 것은 불법이다.
서섹스주 경찰은 20개 팀을 투입해 드론을 운용한 침입 집단을 추적하고 있지만 활주로에 나타나는 드론을 누가 운용하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활주로에 나타난 드론은 최소 2대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혼란 해소를 위해 군 투입까지 결정했다.
공항 폐쇄로 인해 승객 대략 11만명이 19일 저녁에서 20일에 걸쳐 개트윅공항을 이용하지 못했다. 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던 승객은 대부분 다른 항공편이나 숙박을 제공받았으나, 드론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고 항공편이 자꾸 연기되면서 터미널에 대기하는 승객 수도 늘어났다. 일부 승객들은 수 시간에 걸쳐 활주로에 머물러야 했다.
외부에서 개트윅 공항으로 향한 비행기는 히스로ㆍ맨체스터ㆍ버밍엄 등 영국 내 다른 공항은 물론 프랑스 파리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우회해 착륙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트윅을 주로 이용하는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21일 비행기편을 모두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으로 돌렸다고 밝혔다.
크리스 그레일링 영국 교통장관은 영국 내 다른 공항의 야간 비행 제한을 임시 해제하고 드론을 운용한 침입자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이 사건에 관여한 이들은 피해에 최대한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며 “서섹스 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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