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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외조부 기시, 美에 ‘평화헌법 개정’ 의사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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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외조부 기시, 美에 ‘평화헌법 개정’ 의사 전달

입력
2018.12.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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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미일 안보조약 개정 후 개헌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미국에 전달한 사실이 공개됐다. A급 전범 혐의자였던 기시 전 총리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수감돼 있던 전범의 일괄 석방도 미국에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20일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기시 전 총리는 1957년 6월 1차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작성한 극비문서에 개헌 구상을 담았다. 문서는 방미를 앞둔 예비회담 당시 주일 미국대사였던 더글러스 맥아더 2세에게 전달됐다. 이러한 사실은 전날 외교문서 공개를 통해 밝혀졌다.

기시 전 총리는 패전 후 미국 통치 하에 있던 오키나와(沖繩)와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를 2년 이내에 반환 받은 뒤 2단계로 헌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문서에 명기했다. 문서에는 ‘미일 협력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결의’라고 적혀 있었다. 당시 일본에선 미일 안보조약과 미국의 오가사와라제도 통치 등에 대해 ‘불평등조약’이란 비판이 거셌다. 기시 전 총리는 대미 방위협력 강화를 위한 개헌을 전면에 내세울 경우 미국과의 안보조약 개정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안보조약 개정 후 5년 이내 전쟁 및 군대 보유 금지 등을 규정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자위대의 해외파병을 허용하고 미국과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시 전 총리는 미국과의 협상 끝에 1960년 1월 미일 안보조약 개정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이 일본을 기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반발이 들끓었다. 기시 전 총리는 야당을 배제한 채 심야에 의회 비준을 강행했고, 이는 ‘안보투쟁’으로 불리는 대규모 반대 시위로 이어져 총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아베 총리가 자신의 정치적 과업이라며 개헌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이처럼 자신의 ‘롤 모델’인 외조부의 못다 이룬 소원을 실현하겠다는 측면이 강하다.

한편 미국에 전달한 문서에는 당시 도쿄(東京) 스가모(巣鴨) 형무소에 수용된 태평양전쟁 전범들의 일괄 석방을 요청한 사실도 포함돼 있었다. 기시 전 총리는 패전 이후 11년 8개월이 지났음에도 형무소에 수용된 73명 전범들을 “감옥 친구(prison friends)”라 부르며 석방을 요구한 것이다. 맥아더 주일대사는 “전범 중에는 생체 해부와 수류탄 실험을 통해 사람을 죽인 이들도 있다”면서 난색을 표했지만, 미국은 이듬해인 1958년 이들을 전원 석방했다. 기시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 당시 도조 히데키(東条英機) 내각의 상공대신으로서 만주 개발에 앞장섰다. 패전 후 A급 전범 용의자로 체포돼 3년 3개월 간 스가모 형무소에 수용됐으나 이후 기소는 면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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