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 800만달러 대북 인도지원 협의
한미 워킹그룹 참석차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0일 판문점을 처음 찾았다. 비무장화하고 있는 공동경비구역(JSA)의 변화상을 직접 살펴보는 게 목적이었다.
주한미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입국한 비건 대표는 이날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JSA를 방문해 비무장화 이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비건 대표의 판문점 방문은 5번째 방한 만에 처음이다.
미측이 주선해 한국 측의 동행 없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시찰은 해빙이 시작된 한반도 냉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려는 취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올 4, 5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는 현재 긴장 완화 조치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북측 초소 5곳과 우리 측 초소 4곳을 폐쇄하는 등 JSA내 비무장화를 지난달 마무리한 남북은 현재 JSA의 남북 지역을 자유 왕래할 수 있도록 유엔군사령부와 함께 3자간 ‘공동 근무 및 운영 규칙안’을 어떻게 만들지 협의 중이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카운터파트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인사들을 이날 비건 대표가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계획도 없었다고 한다. 8월 말에 임명된 비건 대표는 아직까지 최 부상을 만난 적이 없다. 판문점은 올 들어 북미간 비공개 접촉이 자주 있었던 곳이다.
판문점에서 돌아온 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저녁 식사를 겸한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한 비건 대표는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예방하고 이 본부장과 함께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리는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비핵화 진전 및 남북 협력사업 방안 등이 논의된다.
한미는 특히 26일 예정된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해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북한 양묘장 현대화, 남북 간 국제항공로 신설 등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여부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에서 관련 논의를 마무리할 생각으로 한미가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의결하고도 아직 집행하지 않은 800만달러(90억여원) 규모 국제기구 대북 인도지원 사업 공여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의제 중 하나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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