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 것은 분홍색, 남자아이 것은 파란색’이라는 공식을 내던지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성(性)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제품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구매를 꺼리는 부모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아동 브랜드 기업은 왜 성 중립적으로 가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제품에서 성 고정관념을 지우려고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소개했다. BBC에 따르면 유통기업 존 루이스, 드러그스토어 브랜드 부츠 등 영국의 15개 기업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기업ㆍ상품 광고에서 ‘소년’, ‘소녀’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2012년 어린이 완구에서 성별 구분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국 시민단체 ‘렛 토이스 비 토이스(let toys be toys)’ 회원인 테사 트라뷰는 BBC에 “우리는 분홍과 파란색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이 모든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라뷰는 자신의 아들이 아동용 잡지를 사려고 했다가 ‘소녀용’이란 표시를 보고 구입을 포기하는 것을 목격한 뒤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캐나다 유통업체인 캐나다인 타이어도 최근 상품 전단지에 고정관념을 깨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반영했다. 남자아이가 주방 조리 도구 세트를, 여자아이가 전동 드릴을 가지고 노는 장면을 넣은 것. 회사 관계자는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위시리스트에 넣든 관계 없이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넣은 사진”이라며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에 의해 아이들의 상상력이 제한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처음부터 장난감에 성 고정관념이 반영됐던 건 아니다. 엘리자베스 스위트 산호세주립대 교수는 “장난감의 성별 구분이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게 아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훨씬 더 심하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티들리윙크(작은 원반의 한쪽 끝을 눌러 튕겨서 멀리 있는 컵에 넣는 놀이) 등 오래된 장난감을 보면 남녀 구분이 없다. 스위트 교수는 “1980년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 대거 진출하게 되었는데,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차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성별을 나누는 이 같은 사고 방식이 장난감에도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의류로도 확산 중이다. 미 의류기업 아베크롬비앤피치는 지난해 유니섹스(남녀공용) 아동용 라인을 선보였다. 이스라엘 아동복 업체인 누누누는 유명 가수 셀린 디온과 함께 성 중립성을 띤 ‘셀린 누누누’ 브랜드를 지난달 내놓았다. 셀린 디온은 “아이들이 고정관념에 묶이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렛 토이스 비 토이스가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서 방영된 아동용 장난감 광고의 다수가 성 고정관념을 고착화시키는 형태로 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피규어 등은 소년을 대상으로 했고, 인형과 꾸밈과 관련된 장난감은 소녀들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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