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발표된 3기 신도시 4곳의 자족 기능 구축 계획이 서로 중복되고 있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부분의 사업 내용은 기존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사업과도 충돌한다. 자족 기능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3기 신도시 역시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남양주 왕숙 신도시는 크게 3개의 자족 계획을 수립했다. 왕숙1지구는 스마트그리드 산업 중심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및 정보통신기술(ICT) 사업과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산업 기업을 유치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왕숙2지구는 전시 컨벤션(MICE) 사업 유치가 핵심이다. 하지만 이중 ICT 사업 유치는 3기 신도시로 함께 선정된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 테크노벨리 사업 계획과 겹친다. IOT 기업 유치는 또 다른 3기 신도시인 과천과 방향성이 같다.
MICE, 바이오, 인공지능(AI) 사업도 중복되긴 마찬가지다. MICE 사업의 경우 왕숙은 ‘문화예술컨벤션센터’, 계양은 ‘종합문화복지센터’, 과천은 ‘복합테마파크’로 이름을 달리 했지만 실질적인 사업 추진 방향은 같다. 바이오와 AI 사업은 교산과 과천이 정확히 중복된다. 계양의 창업지식센터와 과천의 창업연구센터도 연구개발(R&D)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가 동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3기 신도시의 자족 사업 대부분이 이미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해 온 사업이라는 데 있다. 바이오 사업만 해도 강원 원주시와 경남 양산시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엔 충북 충주시도 바이오협회와 업무협약(MOU)를 맺고 발을 들여 놨다. IOT 사업은 이미 대구시가, MICE 사업은 서울 마곡지구와 수원에서 진행 중이다. 과천의 주택 공급량이 7,000호에 그치는 등 3기 신도시가 대부분 초미니 규모란 점을 감안하면 수십만명의 인구를 가진 지자체와의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긴 어렵다.
국토부도 문제점을 알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지자체들의 계획이 너무 미래산업 중심으로 구성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이 요구된다”며 “주택 공급 및 교통망 확충 등 여건 조성에 힘쓰면서 3기 신도시들이 지역 특화 사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3기 신도시 발표에도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는 게 없다. 9ㆍ13 부동산 대책 이후 거래절벽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3,575건)은 10월(1만158건)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은 119.2건이다. 12월도 1~19일 거래량이 1,654건에 불과했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환산하면 87.1건이다. 서울 아파트 일평균 거래량이 100건 아래로 붕괴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진 2013년 7월(총 2,118건, 일평균 68.3건)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강남을 향하던 수요의 분산은 어렵겠지만 3기 신도시가 서울 출퇴근 30분 거리에 조성될 예정인 만큼 20대부터 40대까지의 관심은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서울 자체의 주택이 부족한 게 문제인데 이번 공급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신도시 조성과 동시에 서울 도심에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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