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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혁신성장 한 발도 못 나가 무력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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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혁신성장 한 발도 못 나가 무력감 들어”

입력
2018.12.20 18:17
수정
2018.12.20 23: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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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혁신성장본부장 사퇴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
이재웅(왼쪽) 쏘카 대표.

“경제부총리 정책실장이 다 바뀌었는데, 나만 남아있는 것 자체가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혁신성장본부에서 함께 일하던 기획재정부 공무원들도 대부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어 무력감도 들었다. 일하는 동안 기획재정부 혼자 규제를 풀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다.”

기획재정부 산하 혁신성장본부에서 민간 측 공동본부장을 맡아 오다 5개월 만에 사의를 표한 이재웅 쏘카 대표는 20일 본보와 통화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전담기구인 혁신성장본부를 신설하고 자신을 위원장으로 위촉한 김동연 전 부총리가 교체된 만큼 자신도 용퇴한다면서도, 지지부진한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실망 또한 사퇴 이유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직 사의를 표명했는데 해촉됐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정부 측 공동본부장이던 고형권 전 기재부 1차관을 거명하며 “김 전 부총리 등이 혁신성장 실패 등에 책임을 지셨는데, 저는 책임질 것도 없지만 반대로 남아있기도 이상한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한달 넘게 이어졌고 새로운 경제팀은 새로운 분과 함께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혁신성장 정책을 논의했던 공무원들 대부분이 떠난 상황에서 자신만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얘기다.

7월 30일부터 본부장을 맡아온 이 대표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크고 작은 혁신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해 공유경제, 혁신기업 생태계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는데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던 일”이라며, “그러나 한 발짝도 못 나갔다”며 무력감을 토로했다. 구체적으로 △공유경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점 △대기업 위주의 혁신성장 정책 방향을 전환하지 못한 점 △혁신성장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에게 합리적 대책을 전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이 대표는 특히 공유경제에 대해 “제 나름대로 애를 썼는데 쉽지 않았고, 기재부 공무원들도 열심히 했지만 기재부 혼자 규제를 풀겠다고 나선다고 되는 일도 아니었다”며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해 무력감이 들었다”고 밝혔다.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쏘카의 운영자로 택시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본부장을 맡았지만, 공유경제의 상징이 돼 버린 카풀 서비스 도입이 정부의 미온적 태도로 진척되지 않는 현실에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어 “정부나 국회를 설득하는 데 힘에 부쳤다”며 “기재부 공무원들 열심히 하셨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지도 있었던 것 같으나 결론적으로 제 잘못이든 사회 상황 때문이든 제가 기대했던 혁신성장에 대한 변화는 못 만들어 내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의 사의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택시업계 등과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점에 부담이 많았고 이런 상황에서 장ㆍ차관이 바뀌자 물러나기로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이 대표는 “공유경제와 임팩트 투자(재무적인 수익뿐 아니라 사회ㆍ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투자) 등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그 일을 계속할 것”이라면서도 “해왔던 일을 통해 변화의 시작을 보여주고, 정부에 공유경제 분야의 목소리를 전하면 좀더 빠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여러 가지로 역할을 많이 해주셨는데 진전이 더딘 데 따른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 같다”며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며 사의를 수용할 뜻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공무원이 겸임하는 구조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본부 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본부 업무 전담 인력을 두겠다는 의미인데 이 과정에서 본부 인력이 축소될 공산이 크다. 기재부는 현재 행정안전부와 함께 혁신성장본부 인력 규모를 향후 어떻게 가져갈지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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