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최모(57)씨가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며 분신한 이후 택시업계 노사가 처음으로 대규모 ‘카카오 카풀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방에서도 기사들이 상경하는 등 10만명에 이르는 택시기사들이 영업을 중단한 채 한 자리에 모여 4시간여 동안 집회와 가두행진을 벌이면서 시민들은 택시를 잡지 못하는 등 출ㆍ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과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구회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관련 노사 4개 단체는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3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10월과 11월에 열린 집회에 이은 세 번째 결의대회로 주최 측은 이날 참석자가 10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앞선 집회에서는 각각 7만명과 4만명 가량이 모였다.
이날 집회는 지난 10일 카풀 서비스 도입 반대 유서를 남기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분신한 택시기사 최씨 사망 이후 열린 첫 집회로 긴장감이 한층 더했다. 최씨는 당시 남긴 유서에서 동료기사들에게 “카풀이 제지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고 적었다.
주최 측은 집회에서 “정부와 국회가 택시업계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하는 사이 동료 택시기사가 분신 사망하는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며 “국회가 상업적 카풀 앱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즉각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토교통부가 중재안을 내놓고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풀 서비스를 연기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한 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지만, 택시업계는 “철회 아닌 연기는 기만일 뿐”이라며 강력한 반대의지를 보였다. 집회 도중에 더불어민주당 택시ㆍ카풀 태스크포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현희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일부 참석자는 “물러나라”며 물병을 던지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20년 째 개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김문길(60)씨는 “카풀과 상생은 모순된 얘기”라며 “택시 노동자의 생계부터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뒤 마포대교에서부터 마포구 공덕동로터리 방면 가두행진으로 이어지면서 여의도 일대는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특히 오후 6시 15분쯤 퇴근시간과 행진이 겹쳐 5차선에서 3차선으로 제한된 마포대교는 한동안 차량들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반면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이날 경찰력 117개 중대 약 9,300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갈등 상황 중재를 위해 현장에 대화 경찰관 20개조 60명을 배치하기도 했다.
앞서 전국 곳곳에서 택시기사들이 집회 시간에 맞춰 한꺼번에 상경하면서 서울 진입 도로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혼잡이 빚어졌다. 또 집회와 함께 이날 오전 6시부터 전국적으로 실시된 24시간 파업으로 출ㆍ퇴근길에 택시를 잡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택시 운행률은 평소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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