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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박항서 감독을 보라, 군림하는 리더십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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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박항서 감독을 보라, 군림하는 리더십은 끝났다”

입력
2018.12.21 0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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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감독 성공비결 열정과 인간미 

 무리뉴 강성 리더십은 불화 빚어 

올 시즌 2부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1부에 잔류한 최용수 서울 감독. 그는 겨울 휴식기 동안 팀을 재건해 명문 클럽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 구리 챔피언스파크 훈련장에서 내년 시즌 선전을 다짐하며 축구공을 손에 든 최용수 감독. 구리=윤태석 기자
올 시즌 2부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1부에 잔류한 최용수 서울 감독. 그는 겨울 휴식기 동안 팀을 재건해 명문 클럽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 구리 챔피언스파크 훈련장에서 내년 시즌 선전을 다짐하며 축구공을 손에 든 최용수 감독. 구리=윤태석 기자

최용수(47) FC서울 감독은 한때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를 즐겨 불렀다. 서울의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첫 해 곧바로 K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던 2012년 일이다. 당시 축하 행사가 많아 노래를 자주 불러야 했는데 ‘우승은 아무나 하나~’로 가사를 바꿔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 등 ‘서울 전성시대’를 열었던 그는 2016년 여름, 중국 프로축구 장쑤로 이적했다.

정식 감독 부임 첫 해인 2012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는 최용수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식 감독 부임 첫 해인 2012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헹가래를 받고 있는 최용수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 감독이 떠난 후 조금씩 내리막을 걷던 서울은 올 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사령탑이 두 명이나 중도 사임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내내 하위권을 맴돌다가 사상 처음 하위스플릿(7~12위)으로 떨어졌다. 구단은 급기야 지난 10월 최용수 감독에게 SOS를 쳤다. 그는 지난 해 6월, 장쑤 감독에서 물러나 방송 해설 등을 하며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최 감독이 2년 4개월 만에 돌아왔지만 서울의 위기는 계속됐다. 최 감독 복귀 후에도 1승2무3패에 그치며 부산 아이파크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벼랑 끝 상황까지 몰렸다. 2부 추락의 위기에서 간신히 잔류에 성공해 한숨 돌린 최 감독을 19일 경기 구리 GS 챔피언스파크 훈련장에서 만났다.

서울은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를 거둬 가까스로 2부 추락을 면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승강 PO 1차전에서 골이 터지자 기뻐하는 최용수(왼쪽) 감독과 김성재(가운데) 코치, 정현철. 부산=연합뉴스
서울은 부산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승1무를 거둬 가까스로 2부 추락을 면했다. 사진은 지난 6일 승강 PO 1차전에서 골이 터지자 기뻐하는 최용수(왼쪽) 감독과 김성재(가운데) 코치, 정현철. 부산=연합뉴스

그는 “2012년에 ‘우승은 아무나 하나~’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 뒤 우승까지 3년(2015년 FA컵)이나 걸렸다. 더 겸손해져야 한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런데 이번에 복귀해서 하위스플릿 팀들과 경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대를 얕잡아 보고 있더라.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완벽하게 준비가 안 되면 승점은 거저 가져올 수 없다는 걸 새삼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최 감독은 요즘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박항서(59) 베트남 감독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고 했다. 박 감독이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팀 코치일 때 최 감독이 선수였다. 둘은 가끔 소주잔을 기울이는 격 없는 사이다.

최 감독은 “박 감독님의 성공 비결은 축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인간미”라며 “얼마 전 박 감독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한 번 만났다. 달랑 배낭 하나 메고 소탈하게 혼자 다니시더라.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모습이 와 닿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님이 우리 지도자들에게 던진 메시지가 하나 있다. 군림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상 선수에게 비즈니스 좌석을 양보하고 직접 선수 발을 마사지해준 박 감독의 이른바 ‘파파 리더십’을 의미한 말이다.

베트남에 불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 최용수 감독은 평소 각별한 박항서 감독의 성공을 보며 “군림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트남에 불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 최용수 감독은 평소 각별한 박항서 감독의 성공을 보며 “군림하는 리더십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 감독도 이런 리더십의 효과를 올 시즌 몸소 경험했다. 그가 팀에 들어와 보니 분위기는 엉망이었고 경기력은 바닥이었다. 벤치에서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평소 ‘한 성격’하는 최 감독이라 더 참기 힘들었을 텐데 치솟는 화를 꾹 눌러 담았다. 오히려 선수들 어깨를 한 번 더 두드리고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게 했다. 승강 PO로 떨어진 뒤에도 그는 “내가 부족해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선수들을 감쌌다.

최 감독은 “선수 앞에 무릎을 꿇어야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마음이 필요하다”며 얼마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물러난 ‘명장’ 조제 무리뉴(55) 감독을 언급했다. 대표적인 강성 지도자인 무리뉴 감독은 주축 선수 폴 포그바(25)와 불화를 빚은 끝에 경질됐다.

서울이 올 시즌 부진에 빠지자 인기도 뚝 떨어졌다. 11월 11일 전남과 홈 경기 관중은 7,000명이 조금 넘었다. 최 감독은 “7,000명 앞에서 홈 경기할 줄은 몰랐다. 정말 자존심 상하고 팬들에게 죄송하다. 나부터 반성할 테니 구단도 뼈를 깎는다는 심정이어야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작심한 듯 쓴 소리를 했다.

지금은 중국으로 떠난 최강희(오른쪽) 전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과거 치열한 라이벌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지금은 중국으로 떠난 최강희(오른쪽) 전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은 과거 치열한 라이벌이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얼마 전 중국으로 떠난 최강희(59) 전 전북 감독과 최용수 감독은 과거에 나이 차를 뛰어넘어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치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간은 전북의 독주 시대였다.

최 감독은 내년 시즌 다시 전북의 대항마가 되겠다는 꿈을 꾼다. 이를 위해 팀 재건 작업에 몰두하느라 휴식기에도 매일 클럽하우스로 출근하고 있다. 그는 “비 시즌 동안 알차게 선수 구성을 해 내년에는 다시 전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구리=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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