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투자자들은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을 외쳤다.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며 주가지수는 다시 2017년 초 수준까지 밀려났다. 사건 사고도 많았다.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와 골드만삭스 공매도 미결제 사고는 ‘공매도 폐지’ 논란에 불을 붙였다. 6개월 이상 지속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이제 법정으로 번진 상태다.
한국거래소와 출입기자단이 20일 다사다난했던 2018년 증권ㆍ파생상품시장 10대 뉴스를 짚어봤다.
△무역분쟁에 코스피 사상최고치 무색
올해 코스피 시장은 지난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월 29일 장중 2,607.10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2,6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도 1월 30일 장중 932.01로 2002년 3월이후 처음으로 930선을 돌파했다. 그러나 19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2,078.84, 코스닥은 672.08로 밀려났다. 코스피 기준으로 2017년 1월 2일(코스피 2,026.16, 코스닥 632.04)에 비해 2.5% 상승한 데 그친 수준이다.
시장을 짓누른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계속된 미국 기준금리인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에 서명하면서 무역분쟁이 촉발됐다. 이후 중국의 보복 관세(600억달러ㆍ5~10%), 미국의 추가 관세(2,000억달러ㆍ10%)로 분쟁이 격해지다 최근 G20 정상회의가 열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90일간 휴전을 약속한 상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올해 들어 총 네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12월 1.25~1.50%였던 기준금리는 19일(현지시간) 네 번째 금리인상으로 2.25~2.50%까지 올랐다. 한국 기준금리(1.75%)보다는 0.50~0.75% 높은 금리 역전 상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달러강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신흥국에서의 자금이탈 우려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불붙은 ‘공매도 폐지론’
지난 4월 6일 ‘유령주식 배당’이라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조합원 계좌로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하는 과정에서 현금 대신 주식(주당 1,000주)이 입고됐다. 발행주식 수(8,930만주)의 31배에 달하는 28억1,000만주가 갑자기 발행됐고, 직원 16명은 회사측이 잘못 발행된 주식을 회수하는 동안에도 501만주를 시장에 내놨다. 직원들이 실제로 발행되지 않았던 주식을 팔았다는 점에서 ‘유령주식’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삼성증권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5월 말에는 골드만삭스가 공매도 한 주식을 갚지 못하는 공매도 미결제 사고가 발생했다. 골드만삭스는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401억원 상당의 공매도 주문을 체결했으며 60억원 어치(138만7,968주)가 결제 시한까지 미결제 상태로 남았다.
투자자들은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청원에는 24만2,286명이 참여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바이오 수난시대’
지난해 코스닥 시장 성장을 주도했던 바이오주는 올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논란이 지속되고 바이오주 개발비에 대한 테마감리가 진행되면서다. 코스닥 제약지수는 지난해 말 1만24.99포인트에서 지난 18일 기준 8,556.51%로 14.65% 하락했고, 코스피ㆍ코스닥을 아우르는 KRX300헬스케어 지수도 같은기간 12.94%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1일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 위반에 대한 감리결과 사전조치안을 공개하면서 회계 논란에 불이 붙었다.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금감원 재감리 등 6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증선위는 지난 11월 14일 삼성바이오가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고 검찰 고발과 대표이사ㆍ담당임원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을 의결했다. 한국거래소는 검찰 고발 사실이 확인된 직후 상장적격성 심사에 착수했고 지난 10일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 삼성바이오는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주식이지만 이 여파는 코스닥 바이오주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 1월 11일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거래소는 후속조치로 코스피ㆍ코스닥 통합지수인 KRX300지수를 지난 2월 공개했다. 4월에는 소득공제 혜택이 부여된 코스닥 벤처펀드도 출시되는 등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지속 추진됐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주축인 바이오주가 살아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민주 된 삼성전자
국내 증시의 대표적인 초고가주였던 삼성전자 주식은 지난 5월 주식분할(액면가 5,000원→100원)을 단행해, 주식분할 직전 265만원이었던 주식이 단번에 5만3,000원짜리 주식 50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의 주식분할이 발표된 지난 1월 31일 하루만에 3조3,500억원어치가 거래되며 지난 2007년 LG디스플레이 거래대금(2조2,700억원)을 뛰어넘는 최대 거래대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올해 총 세 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은 건설ㆍ철도ㆍ개성공단 등 남북 경협 관련주의 주가를 출렁이게 했다. 하반기 들어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증시 활성화 유도, 이중과세 방지를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국회에도 증권거래세 인하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