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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에 막혀... ‘탈원전 속도’ 못 따라가는 신재생에너지

입력
2018.12.24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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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그마가 된 文정부의 약속들] <2> 탈원전 

삼척 육상풍력발전 예정지인 강원 삼척 도계읍 소재 육백산 모습. 산림청 벌목으로 휑하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삼척 육상풍력발전 예정지인 강원 삼척 도계읍 소재 육백산 모습. 산림청 벌목으로 휑하다. 에너지전환포럼 제공

“주민 모두 찬성하고 기준에 맞춰 잘 추진되고 있었는데 갑자기 변경된 기준에 따라 풍력발전단지를 설치할 수 없다고 하니 울화통이 터진다. 풍력발전단지 주변을 생태관광지로 만들어 마을 경제를 살리려는 계획도 미뤄지게 됐다.”(강원 삼척시 도계읍 황조리 이천식 이장)

강원 삼척 도계읍 소재 육백산에 추진 중인 30㎿ 규모 삼척 육상풍력사업이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2014년 정부가 해당 풍력발전단지를 우선 추진협상대상 단지로 선정하고도 과도한 행정규칙 적용으로 사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 ‘탈원전’에 성공하면서 전력부족을 막기 위해선 재생에너지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곳곳에서 더뎌지면서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도리어 위기를 맞고 있다. 주요 원인은 정부의 ‘규제 장벽’이다.

전세계 에너지 발전비중 변화. 그래픽=김경진기자
전세계 에너지 발전비중 변화. 그래픽=김경진기자

삼척 육상풍력사업은 국내 풍력발전업체 유니슨과 한국남부발전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 육백산 일대에 2㎿ 규모 풍력발전기 15기를 설치하려는 것이다. 총 사업비(800억원) 중 일부를 주민들이 조달해 풍력발전단지에서 난 전기 판매금의 일부를 해당 마을에 되돌려주는 국내 첫 주민참여형 풍력발전단지이다.

2011년부터 풍황(해당 지역의 바람 현황)을 계측했고, 2013년 마련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해당 사업이 포함됐다. 이듬해 산업부와 환경부는 육백산 풍력발전단지를 우선 추진협상대상 7개 단지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했는데, 8월에 환경부가 해당 지역의 생태자연도 등급을 변경하면서 풍력발전단지 건설예정지역의 93%가 1등급에 속하게 됐다. 기존에는 추진지역 전체가 생태자연도 2등급 지역이었다.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를 근거로 지난 4월 환경영향평가서 반려 의견을 삼척시에 제출했고, 삼척시는 결국 개발행위허가를 불허했다. 생태자연도는 환경부가 전국 산ㆍ하천ㆍ내륙습지 등의 가치를 5년 단위로 조사해 등급화한 지도다. 1등급(보전)과 2등급(훼손 최소화), 3등급(개발) 권역으로 나뉜다.

풍력발전단지. 게티이미지뱅크
풍력발전단지. 게티이미지뱅크

환경부의 ‘생태자연도 환경영향평가서 등에 관한 협의업무 처리규정’에 따르면 생태자연도는 개발행위허가를 신청한 시점을 기준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 개발행위허가를 낼 때 삼척 육상풍력발전사업 예정지는 생태자연도 2급이었기 때문에 규정상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연구원은 “재생에너지 확대 움직임이 과도한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어떤 사업자가 선뜻 나설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주요 국가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주요 국가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그래픽=김경진 기자

국내 태양광발전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역시 규제다. 지난달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임야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때 태양전지 수명기간(약 2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한 뒤 산림을 원상 복구해야 하고, 경사도 15도(기존 25도) 이상인 지역에선 태양광 발전을 못 하게 한 내용이 담겼다. 태양광발전을 빌미로 한 땅 투기, 환경파괴 등을 고려한 조치다. 그러나 수명이 다한 태양전지도 전환효율이 새 제품 대비 85% 나온다는 점 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태양광발전의 도로 이격 거리를 규제하는 지방자치단체 역시 지난해 1월 42곳에서 올해 12월 95곳으로 늘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태양광 발전을 하려고 해도 도로 주변과 산지 모두 규제에 묶여 있어 마땅한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달 10일 국제 비영리기구(NGO)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가 발표한 ‘기후변화이행지수(CCPI) 2019’에 따르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 부문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5%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34위에 머물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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