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사관 주장 일방 전달하는 매체 비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9일 발끈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검찰수사관이 이번엔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비리 관련 첩보를 청와대가 뭉갰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브리핑 자리에서였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 주장을 기사로 쓰는) 언론들이 김 수사관 말에 휘둘려왔다고 생각한다”며 “알면서도 휘둘림을 당한 건지, 모르면서 당했는지 그건 여러분이 판단해달라”고 했다.
앞서 김 수사관은 이강래 사장이 고속도로 휴게소 카페 매장에 설치하는 커피기계와 원두 공급권을 같은 당 출신 우제창 전 의원이 운영하는 업체에 몰아줬다는 첩보를 10월 중순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에서 이런 의혹을 검증하지도 않았고, 친여 고위인사 의혹 보고서를 뭉갰다는 것이다. 일부 매체에선 김 수사관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하나하나 반박했다. 일단 지난 10월 14일 한 매체가 ‘한국도로공사 커피사업, 특정업체 밀어주기 짬짜미 의혹’이라고 관련 내용을 이미 보도했고, 하루 뒤 도로공사 국감에서 함진규 자유한국당 의원이 비슷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뿌린 사실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이를 김 수사관이 첩보라고 청와대에 제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첩보를 다룬다는 사람이 이런 식의 첩보를 올리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첩보보고 자체가 함량이 떨어지는 내용이라는 의미였다. 도로공사 측도 “도로공사가 특정 제품에 적합한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해명자료를 내고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 국감에서 문제 제기는 있었으나 의혹은 해소됐다는 설명도 나왔다.
김 대변인은 또 김 수사관이 첩보를 보고한 시점도 10월 중순이 아닌 10월 말 혹은 11월 초라고 설명했다. 김 수사관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아 지인 수사 상황을 확인한 사실이 알려져 특감반에서 업무가 배제된 게 11월 2일이다.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은 김 수사관 업무 배제 하루, 이틀 전 첩보보고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첩보보고 제출 시점 자체가 늦었던 것이지 청와대가 검증을 미룬 게 아니라는 반박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 대변인은 “(첩보보고 제출 시점과 관련해) 김 수사관의 주장이 맞든, 반부패비서관실 주장이 맞든 그가 올린 첩보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건지 여러분이 판단해주기 바란다”고도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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