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 경제난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구제금융협상까지 실패한 파키스탄이 빈곤 퇴치를 위한 자구책으로 닭 키우기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빈곤층이 양계를 통해 가난 극복의 돌파구를 찾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달 저소득층 1가구당 암탉 5마리와 수탉 1마리를 지급하는 빈곤퇴치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달걀을 판 돈으로 빈곤층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저소득 가정에 닭을 제공하는 기관은 펀자브 지역에 위치한 가금류 연구 센터다. 압둘 레흐만 가금류 연구 센터장은 “이 프로젝트가 수백만명의 가난한 파키스탄인들의 건강과 생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구당 한 달에 1만루피(약 8만원)가량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마리의 암탉이 매일 달걀을 낳는다고 가정한 계산이다. 1만루피는 파키스탄에서 경비원이나 건설노동자의 월급보다 많은 액수다. 레흐만 센터장은 “가정에 보내는 닭의 품종 자체가 어디서든 손쉽게 기를 수 있는 품종”이라며 “비싼 먹이를 먹이지 않아도 돼 사육 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프로그램이 파키스탄의 영아사망률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신생아 사망률이 1,000명 당 약 40명으로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국가군에 속한다. 이는 산모의 영양상태가 나쁘기 때문인데, 임신한 여성들이 달걀을 섭취하면 영양상태도 개선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영양상태가 나빠 5세 미만 어린이 44%가 겪고 있는 발육 부진도 해결가능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의 볼리비아 등 20개 개발도상국에 닭 10만 마리를 기부한 데서 이 프로그램을 착안했다. 그러나 파키스탄 정부의 양계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닭 모이로 해결하려 한다’는 조롱이 더 많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WP는 “파키스탄의 이번 프로젝트가 활성화될지, 저소득 가정에 약간의 용돈을 주는 걸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논란은 분분하지만 파키스탄인 대다수는 이번 빈곤퇴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정부가 헬기, 방탄차 등을 경매에 부칠 정도로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IMF 구제금융 협상마저 불발되면서 이 프로그램은 생활고에서 벗어나려는 저소득 가정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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