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류의 4개 보를 개방하자 유속이 빨라지면서 겨울철까지 지속되던 녹조가 줄었고,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도 8년 만에 돌아왔다. 우려했던 농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 농민들의 우려와 반발로 상류 4개 보는 개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한 것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보 개방 효과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부는 낙동강 하류의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4개 보를 열고 영향을 조사한 결과,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생태계 건강성이 회복됐다고 19일 밝혔다.
4개 보는 지난해 6월부터 부분 개방을 해왔다. 창녕함안보는 지난 10월10일부터 수위를2.6m 더 낮춰 지난달 15일까지 취수장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취수제약수위로 개방했다. 이후 인근 농가의 수막재배(이중 비닐하우스를 치고 위에 지하수를 뿌려 온도 유지하는 재배방식)를 위해 수위를 다시 올린 상태다. 합천창녕보도 지난달 20일 확대 개방해 오는 25일쯤 최저수위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강정고령보와 달성보는 현재 취수제약수위까지 개방하고 있다.
보 개방 이후 강물의 평균 체류시간은 4.6~12.8일에서 2.7~9.5일로 최대 55%까지 감소했고 유속도 초당 1.2~3.9㎝에서 1.4~6.9㎝로 빨라졌다.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총인(T-P) 등의 수질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올해 들어 극심한 가뭄과 고온 등으로 인해 조류(녹조현상을 낳는 유해 남조류를 포함한 전체 조류)가 예년보다 20% 이상 늘었지만 10월 보를 확대 개방하면서 창녕함안보를 제외한 3개 보에서 15~4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 창녕함안보의 경우 조류 농도는 지난 10월 개방 이후 9% 가량 증가했다. 이은혜 ‘4대강 자연성회복을 위한 조사ㆍ평가단’ 사무관은 “창녕함안보의 경우 보를 개방하지 않았다면 조류 농도는 이보다 더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예년에는 10월 이후에도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태풍과 집중호우에 보 개방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강정고령보와 창녕함안보에서는 조류경보가 발령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보 개방으로 축구장의 약 260배에 달하는 모래톱 1.826㎢가 생겼고, 수변공간도 3.17㎢ 증가했다. 특히 강정고령보에서는 멸종위기 Ⅱ급인 흑두루미가 2010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됐다. 창녕함안보에서는 멸종위기 Ⅱ급인 큰고니가 관찰되는 등 보를 개방하기 전보다 물새류가 3배 가량 늘었다.
환경부는 완전개방기간 동안 취수장 18곳과 양수장 28개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농업피해도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하수 이용이 많은 창녕함안보의 경우 보 개방으로 인해 내려간 수위(2.8m)보다 지하수위가 1.1m 더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상하류 보를 모두 개방한 다음에야 정확하게 영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부분 개방 만으로도 강 전체가 취수원인 낙동강의 수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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