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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에 담긴 평등정신을 영화에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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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에 담긴 평등정신을 영화에 담았어요”

입력
2018.12.20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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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우리’ 만든 채승훈 감독 

 직지 간행 둘러싼 판타지 멜로 

 내일 시사회.. 베니스영화제 출품 

채승훈 감독이 19일 한국일보와 만나 영화 ‘우리’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영화 제목은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자는 직지의 가치를 담아 정했다. 묘하게도 주인공 조우리씨의 이름과도 같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채승훈 감독이 19일 한국일보와 만나 영화 ‘우리’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영화 제목은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자는 직지의 가치를 담아 정했다. 묘하게도 주인공 조우리씨의 이름과도 같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세계기록유산 직지는 한국인에게 문화 민족이란 자긍심을 심어주는 존재인데도, 정작 그 내용과 의미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이 영화가 직지를 알리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금속활자본 직지를 소재로 한 영화 ‘우리(US)’를 제작한 채승훈(52)감독은 “직지를 금속활자로 인쇄한 궁극적인 가치는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자는 ‘평등’과 ‘사랑’의 정신이라 생각한다”며 “이런 숭고한 가치를 영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러닝타임 102분인 이 영화는 21일 오후 직지가 간행된 충북 청주에서 시사회(롯데시네마 청주관)를 갖고 일반에 공개된다.

장애인 우리와 비장애인 정원이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
장애인 우리와 비장애인 정원이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
묘덕은 승려 석찬에게 연정을 품는다.
묘덕은 승려 석찬에게 연정을 품는다.

영화는 판타지 멜로물이다. 팔·다리를 쓰지 못해 입으로 글을 쓰는 극작가 ‘우리’가 직지를 읽다가 ‘묘덕’이라는 비구니가 직지 간행을 위해 시주했다는 구절에 흥미를 느끼고 묘덕을 주인공으로 글을 쓴다. 이 글을 매개로 우리는 전직 시인 ‘정원’과 사랑에 빠지고, 묘덕은 승려 ‘석찬’에게 연정을 품는다. 두 커플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랑과 갈등을 거친 끝에 지순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시나리오를 직접 쓴 채 감독은 “직지 하권의 ‘백운화상이 원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선승의 말씀을 채록해 고려로 왔다. 제자인 석찬과 달잠이 이를 알리려 금속활자로 만들었다. 비구니 묘덕이 시주해 직지를 완성했다’는 기록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곁에 있는 사람의 아픔을 함께 하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우리’는 직지를 간행한 청주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했다. 제작진과 출연배우의 대부분은 청주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채승훈 감독 제공
영화 ‘우리’는 직지를 간행한 청주에서 상당 부분을 촬영했다. 제작진과 출연배우의 대부분은 청주대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채승훈 감독 제공

이 영화는 청주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됐다. 촬영감독은 채 감독의 동기인 김영철(52)동우필름 대표가, 프로듀서는 1년 선배인 황의권(53)씨와 동기인 김기훈(52)씨가 각각 맡았다. 주요 인물인 묘덕, 석찬, 달잠 역도 청주대 동문들이 연기했다. 특히 주인공 우리 역은 실제 장애가 있는 조우리(36)씨가 맡았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조씨는 손 대신 입에 막대를 물고 연극 대본을 쓰는 극작가이다.

영화를 완성하기까지는 꼬박 3년 3개월이 걸렸다. 제작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촬영을 시작한 이후 제작비가 부족하면,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걷거나 주위의 후원을 받아 작업을 이어왔다. 채 감독은 “H병원장은 스태프들 쓰라고 의사 숙소를 내줬고, 파전집 주인은 하루 매상 10만원을 선뜻 기탁했다”며 “이 영화는 청주시민 모두가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영화 ‘우리’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하고 있다. 영화제작·배급사 M사를 통해 곧 중국 홍콩 대만 등지로 배급될 예정이다. 내년 2월엔 베니스영화제 출품이 예약돼 있다.

채 감독은 “가장 큰 바람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지를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에 이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라며 “칸영화제에 출품해 직지의 존재를 세계인에게 알리고 직지반환 운동의 불씨를 살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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