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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남북 군사합의 이행과 軍 대비 태세

입력
2018.12.20 04:40
3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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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한은 자제했던 미국 비난을 다시 시작했고, 미국은 북한을 최악의 인권국가로 규정하며 인권 관련 제재 대상을 발표하는 등 냉기가 돌고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사전조사 열차가 북한 지역을 2,600㎞나 주행하고 돌아왔지만, 대북 제재로 인해 실제 공사에 들어갈 시점이 언제인지는 예측할 수 없다.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미워킹그룹 첫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이 앞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라고 워킹그룹 창설의 의미를 이야기했을 정도로 한국의 대북경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남북한 간의 여러 사업도 계획만 있을 뿐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른 군사적 후속 조치다. 11월 1일부로 작동하기 시작한 합의 내용에 따라 군사분계선 5㎞ 이내에서 사격훈련을 하지 못하고 기종별로 항공기의 비행금지 구역에 따라 비행도 못 하고 있다. 판문점 JSA 지역의 경비병들은 비무장화했으며, 약속대로 GP 10개를 폭파했고 상호 검증까지 마쳤다. 또 DMZ 내, 6ㆍ25 전쟁의 치열한 격전지였던 백마고지 옆 화살머리고지 일원의 유해 공동발굴을 위해 남북 간에 도로를 닦아 연결했다. 군사 분야의 합의 이행은 전광석화처럼 빠르다. 너무 빨라서 불안할 지경이다. 특히 화살머리고지 일원은 북한의 대규모 기계화부대가 전격기동전을 펼치기 딱 좋은 지형인데, 거기다 도로를 닦아줬으니 이는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주는 격이다.

그런 우려를 가지고 있던 중 육군의 초청으로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현장의 도로를 견학했다. 수십 명의 참석자들은 북한의 기계화부대가 이 도로를 사용할 경우에 대한 우려와 질문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이 견학 이후에 북한군의 도로 이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 사단장의 결연한 표정과 단호한 음성으로 했던 말 때문이다. “우리는 북한군이 이 도로를 사용하는데 대한 거부계획을 모두 수립했고, 관련해서 완벽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북 간의 이런 평화무드로 인해 군 기강이 해이해졌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혹한의 추위가 몰아치는 이른 새벽 경기도 서쪽을 방어하는 군단의 포병 사격장에 갔다. 사격장에서는 K-9과 K-55A1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이 진행되고 있었다. 3개 대대의 자주포가 모여 각각 사격을 진행 중이었는데, 사격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 숙련되어 있다는 증거다. 자주포 1문이 격발되지 않아서 가보니 단차장인 부사관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포탄의 뇌관 문제라는 진단을 내리고 즉시 조치하여 다시 사격을 하는 응급역량도 봤다. 병사들은 예전과 달리 찌든 표정이 아니라 밝은 표정이다. 해당 사단은 한 달에 한 번 이상씩 실사격 훈련을 통해 언제라도 전쟁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군단장의 방침에 따라 연말임에도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군의 모든 부대가 이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정부 태도가 어떤 면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목표가 아니라 단지 남북관계 개선이 목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이행이 없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안보가 불안해진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훈련장이 줄어들고, 정찰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됐다. 이런 때일수록 군은 위의 예처럼 평화무드와는 별개로 언제든 싸워 이길 수 있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 어려워진 훈련 여건과 정보취득 여건 등을 상쇄할 만큼 더 노력해야 한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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