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이 그 막을 내렸다.
ASA GT 클래스에서는 비트R&D의 정경훈이 지난 경기에서 이미 종합 챔피언을 결정지었음에도 불구하고 맹렬한 경쟁이 펼쳐지며 현장을 찾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 시즌 최고의 성적은 물론이고 120kg의 핸디캡 웨이트를 얹었음에도 3위라는 걸출한 성적을 거둔 비트R&D의 수장, 정경훈을 만났다.
과연 정경훈은 올 시즌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아래는 녹취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먼저 2018 ASA GT 클래스 챔피언에 오른 소감이 궁금하다.
일단 최종전을 앞두고 종합 챔피언에 올랐고 또 남기문 선수 또한 최종전 우승으로 시리즈 포인트 2위에 오르며 팀과 선수들 모두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고 또 감회가 새롭다.
정말 거머쥐고 싶었던 슈퍼레이스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쟁쟁한 팀들과 선수들 사이에서 비트R&D의 이름과 정경훈, 남기문, 강재협 그리고 백철용이라는 이름을 새길 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는 것 같다.
솔직히 자존심이 조금 상했다. 올 시즌 ASA GT 클래스에 출전을 결정한 상태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그 어떤 팀, 관계자들 역시 비트R&D가 상위권에 오를 거라는, 유의해야 할 상대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지난 경기에서 이미 종합 챔피언을 거머쥐었지만 '120kg의 핸디캡'이 있더라도 정경훈은, 그리고 '정경훈 없이 홀로 달리는' 남기문은 이렇게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것 외에도 사실 요 근래, 그리고 올해 레이스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실망한 것? 그리고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불쾌한 일들이 더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마지막까지 '비트R&D'만을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 타이틀의 의미, 무엇이 있을까?
그 동안 넥센타이어 스피드 레이싱, KSF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리고 올해 슈퍼레이스의 타이틀을 보유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넥센 때의 타이틀은 '즐기다 보니 얻게 된 것'이었기 때문에 KSF나 슈퍼레이스에 비하면 그 무게감이 다소 부족한 건 사실이다. 실제 나 역시 '타이틀을 노린다'는 마음으로 레이스를 할 땐 아니었기 때문이다.
KSF의 경우에는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첫 경험과 같은 타이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챔피언 전까지는 분명 갈망하고 또 탐냈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의 슈퍼레이스 타이틀은 내 명예와 같은 것 같다. 사실 슈퍼레이스는 국내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가 아닌가? 그 동안 두 번의 스팟 출전으로 우승을 한 경험은 있었지만 그 우승과 종합 챔피언은 명백히 다르다. 다시 한 번 갈망하던 슈퍼레이스의 타이틀을 얻었으니 정말 만족스럽다.
그런데 레이스를 시작한 배경이 궁금하다.
솔직히 말해 국내 프로팀들의 의뢰와 협력을 업으로 삼아 오며 가끔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게 있었다. 바로 선수들의 코멘트를 들어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되지 않는 때가 있었던 것이다.
이에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내가 레이스를 해보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레이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초기에는 레이스를 경험하는 것에 집중했는데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 레이스카로 많은 레이스를 하게 되었고 또 한 때 쉐보레 레이싱 팀에서 사용하던 크루즈 레이스카를 인수해 레이스에 출전을 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정경훈이라는 드라이버에게 이재우와 오일기를 빼놓을 수 없는 것 같다.
맞다. 이재우 감독과 오일기 선수 모두 말 그대로 '형, 동생'하는 막역한 사이다. 실제 레이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오일기 선수는 정말 적극적으로 많은 조언과 가이드를 해줬고, 이재우 감독은 든든한 형처럼 버팀목이 되어줬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게 이재우라는 드라이버와 같은 무대에서 경쟁을 하는 건 정말 어지간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결승 시작과 함께 등뒤에서 느껴지는 그 서슬 퍼런 칼날은 정말 소름이 돋았고, 추격할 때의 그 기백은 '이래서 이재우, 이재우하는 거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럴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슈퍼레이스에서 이재우 감독을 누르고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아마 이재우 감독의 '배려'가 담겨 있었던 거라 생각한다. 지금도 이재우 감독은 '전력을 다했다'라고는 하지만 만약 진짜 100% 전력을 다했다면 우승은 힘들지 않았을까?
또 팀메이트 남기문과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남기문 선수를 보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남기문 선수의 주행이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겠지만 참 잘 타는 선수다. 경력도 많은 편이라 팀이라던가 출전 배경이 조금 더 좋았으면 더 높은 클래스에서 뛸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참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같이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까지 함께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스스로 100% 만족할 수 있는 시즌이 아닐 수 있겠지만 강재협, 백철용 선수들도 이끄는 몫까지 정말 잘해줬다.
비트R&D가 캐딜락 6000 클래스의 명문 팀처럼 여력이 넉넉하거나 후원사가 큰 팀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큰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남기문 선수와는 계속 함께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슈퍼레이스에 새롭게 도전한 강재협, 백철용 두 선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팀 구조 상 두 선수에게 100%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정말 많이 성장하고 또 노력해준 모습이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의 활동이 궁금하다.
솔직히 말해 몇 년전 언급했던 '은퇴'는 앞으로 쉽게 거론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레이스를 하고자 한다.
다만 아직 내년 시즌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나나 남기문 선수의 경우 새로운 카테고리, 클래스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나 아직 방향성이나 어떤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그러나 만약 내년에도 올해와 같이 GT 클래스를 출전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개막전, 나이트 레이스, 최종전만 출전 하는 식으로 내 출전 빈도를 줄이고 남기문 선수와 강재협, 백철용 선수의 뒤를 받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다.
챔피언에 올랐지만 올 시즌 내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게 마음에 계속 남아 '타협'을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일보 모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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