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나라 팔아먹은 것 다름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이 기소한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1심 선고가 연기됐다.
18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재판장인 에밋 설리번 판사는 당초 예정됐던 선고를 연기하고 내년 3월 13일 심리를 재개하기로 했다. 설리번 판사는 “특검 수사에 대한 협조가 마무리될 때까지 선고하지 않겠다”며 특검팀이 플린의 수사 협조에 대한 상황 보고서를 내년 심리 기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재판장은 이날 플린의 혐의에 대해선 맹렬한 질타를 퍼부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설리번 판사는 플린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에 대해 “매우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나의 역겨움과 경멸을 숨길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플린은 “FBI에 거짓말하는 것이 범죄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혐의를 시인했다.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플린이 러시아 관계자와 접촉한 데 대해선 “나라를 팔아먹은 것과 다름없다(Arguably, you sold your country out)”고 질타했다.
재판장은 플린의 러시아 측 접촉과 관련, 반역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 검찰에 묻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반역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선고 연기는 변호인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재판장은 “플린이 국가에 봉사했고 수사에 협조한 것을 고려하겠지만, 선고 형량을 악화시키는 요소들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선고 시 수사에 협력한 공로를 인정받기 위해 플린이 계속 특검에 협조할 수 있는지 플린 측에 물었고 변호인은 선고 연기를 요구했다.
뮬러 특검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 과정에서 플린을 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플린은 2016년 12월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신분으로 세르게이 키슬라크 당시 주미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오바마 행정부가 가한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들통나 취임 24일 만에 낙마했다. 이후 그는 2017년 1월 FBI 조사를 받을 때 러시아 제재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했다고 특검에 실토했다. FBI 수사에 이어 2017년 5월 출범한 특검은 그를 기소했다.플린은 기소 후 특검에 협력했고 특검은 플린이 수사에서 “상당한 도움을 제공했다”고 밝히면서 그에게 실형 선고를 하지 말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가 유죄를 인정한 것은 지금까지 플린 전 보좌관이 유일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마이클 플린 장군에게 오늘 법원에서 행운을 빈다”면서 “우리의 위대하고 매우 성공적인 정치 캠페인에서 러시아와의 공모와 관련해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이다. 공모는 없었다”고 거듭 특검 수사를 비난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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