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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개 별 새겨진 무덤 덮개돌… 아라가야는 왕의 부활을 꿈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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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개 별 새겨진 무덤 덮개돌… 아라가야는 왕의 부활을 꿈꿨나

입력
2018.12.18 17:44
수정
2018.12.18 19:3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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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발견된 덮개돌. 붉게 칠해진 돌에 125개 성혈이 새겨져 별자리를 나타내고 있다. 성혈의 크기와 깊이를 각각 달리 해 별의 밝기를 표현했다. 오른쪽은 전갈자리, 왼족은 궁수자리(남두육성)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발견된 덮개돌. 붉게 칠해진 돌에 125개 성혈이 새겨져 별자리를 나타내고 있다. 성혈의 크기와 깊이를 각각 달리 해 별의 밝기를 표현했다. 오른쪽은 전갈자리, 왼족은 궁수자리(남두육성)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 제공

1,500년 전 아라가야인이 바라본 하늘의 별자리는 어땠을까. 아라가야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에서 별자리 유물이 발견됐다. 돌덧널 한복판에 있는 덮개돌에 새긴 것으로 가야 무덤에서 별자리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라가야인의 천문사상 등을 추정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발견으로 평가된다.

함안군과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은 “최근 함안 말이산 고분(사적 515호) 13호분을 조사해 붉은 안료를 바른 구덩식 돌덧널무덤의 벽면과 125개의 성혈(星穴ㆍ돌의 표면에 별을 표현한 구멍)이 새겨진 덮개돌을 발견했다”고 18일 밝혔다.

성혈의 크기와 깊이는 각각 다르다. 각기 다른 별의 밝기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125개 별 중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별자리는 궁수자리(남두육성)와 전갈자리다.

13호분은 말이산 주능선 중앙지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며 봉분 규모 지름 40.1m, 높이 7.5m에 달한다. 이번 발굴조사는 1918년 일본 학자 야쓰이 세이이쓰에 의해 유물 수습 목적으로 조사된 이후 100년 만에 실시됐다.

무덤방 내부 4개 벽면은 점토를 바르고 그 위에 붉은 안료를 칠했다. 돌방무덤에서 주로 확인되는 이 방식이 시기적으로 앞선 돌덧널무덤에서 확인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돌덧널은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의 최대 규모로 5세기 후반대 축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자리는 돌덧널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 새겨져 있다. 125개 중 확인된 전갈자리와 궁수자리는 여름 밤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다. 조신규 함안군 학예연구사는 “파악된 별자리를 보면 고분이 축조될 당시 계절적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특히 궁수자리에 속하는 6개의 별 남두육성이 주목된다. 조 연구사는 “남두육성은 통상 생명과 부활을 의미한다”며 “당시 아라가야의 내세관을 반영한 그림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묻힌 자의 부활을 염원하거나 내세에서의 활기찬 삶을 바라며 남두육성을 덮개돌에 새겼다는 것이다. 별자리가 새겨진 면을 주인공이 안치되는 돌덧널 중앙부에 배치한 것으로 보아 무덤 축조 당시부터 의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별자리는 주로 청동기 시대 암각화에서 확인된다. 무덤에 별자리를 표현한 사례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사단은 “성혈이 고분 덮개돌 윗면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무덤방 안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옛 아라가야인들의 천문사상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3호분의 주인은 아라가야 전성기를 누린 왕으로 추정된다. 조 연구사는 “봉분의 규모와 무덤 내부 장식, 별자리의 상징성 등을 봤을 때 최전성기 때의 왕으로 추정되지만, 추가조사를 더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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