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세계에서 아동들이 가장 많이 성적으로 학대당하는 국가다. 16세 미만 아동이 매 155분마다 1명 꼴로 강간당하며, 10세 미만 아동은 13시간마다 1명 꼴로 당한다. 인도 아동 10명 중 한 명은 어느 시간이든 성적으로 학대당하고 있다.” (아동 학대에 대한 2007년 인도 정부 보고서 중)
인도 여성아동부는 200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자국을 ‘최악의 아동 성적 학대 국가’로 지칭했다. 이런 평가와 함께 제시된 범죄 통계들은 인도 정부가 결코 스스로를 평가절하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05년 인도에서는 4,026건의 아동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2004년 3,542건에 비해서 13.7% 늘어난 수치다. 영국 BBC 방송이 1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15년 아동 성폭행 피해자만 1만명이 넘는다.
인도 아동들이 처한 비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16일 인도 델리에서 발생했다. 영국 BBC방송은 3살에 불과한 여자 아동이 40대 남성에게 성폭행당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발생한 16일은 델리에서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여성 대학생이 남성 6명에게 집단으로 성폭행당한 후 사망한 지 6년이 지나 추모행사가 열린 날이었고, 시민들은 “인도는 변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인 40대 남성은 건물 경비원으로, 자신이 일하는 건물에 거주하는 피해 아동을 “사탕을 주겠다”며 꾀어내 성폭행했다. 피해 아동은 성폭행당한 후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며, 많은 피를 흘리는 등 부상이 심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주민들에게 붙잡혀 폭행당한 후 경찰에 넘겨졌다.
사건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이후, 델리 지역 경찰은 16일 트위터를 통해 “의료진에 따르면 피해 아동의 상태는 안정적이며,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트위터를 통해 문제를 공론화한 스와티 말리왈 델리 여성위원회 의장은 “지금 수술실 밖에서 대기하며 의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피해 아동은 생사에 기로에 놓인 상태”라고 반박했다.
말리왈 의장은 6년 전 집단성폭행으로 숨진 피해자를 언급하며 “니르바야(피해자 이름)가 끔찍하게 강간당한 지 6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며 “신속하고 확실하며 강력한 처벌이 없는 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말리왈 의장은 “이 도시는 니르바야 6주기에 고인을 낙담케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생한 아동 성폭행 사건이 잊히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사건은 인도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선 지난 1월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성폭행당한 사건이 발생해 사촌인 28세 남성이 체포됐으며, 6월엔 남성 2명이 7세 여자 아동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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