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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청와대의 자기만족적인 이미지

입력
2018.12.19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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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을 해야 적폐청산도 가능

대통령 인기 의존 자체가 포퓰리즘

참모들 대통령에 고언 아끼지 말아야

현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수구를 제외한 모든 국민의 기대를 받으며 출발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기대가 어긋나는 징후가 많은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국외 및 국제적 상황이 불리해서 그렇게 되었다면, 또 정부가 인기는 없지만 중요한 개혁정책을 밀고나가느라 그랬다면, 낮은 지지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정부 차원에서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무책임과 무능이 꼬리를 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여당인 민주당도 책임이 있지만, 결정적인 책임은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에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는 이전 정권들의 가장 큰 적폐였던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는 시스템 개혁을 적극 추진하지 않았다. 과거처럼 행정부가 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청와대가 독주를 하게 되었고, 거기서 다른 여러 문제들이 생긴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 정치학자 박상훈은 ‘청와대 정부’라는 관점에서, 헌법적 임의기구인 청와대가 헌법 기구인 의회와 내각을 무력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부 권력이 반드시 헌법적 지위에 근거해야 하는 것일까? 실제로 근대 이후 권력은 단순히 헌법에 근거해서 작동한다기보다는, 규칙과 명령 같이 헌법 ‘아래에 있는’ 것들에 근거해서 실행된 면이 크다. 따라서 헌법적 임의기구인 청와대 비서실이 막강해진 것은 문제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대통령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고 있는 헌법 자체가 이미 문제다.

조금 양보하면, 헌법적 임의기구라 하더라도 청와대가 정말 사회를 제대로 통제한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런가? 장관들이 수석비서관의 심부름꾼 노릇을 한 것은 이전 정부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애초에 수석비서관들이 직접 수많은 중요 의제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되었다. 그러니 비서실이 정부 역할을 해 왔던 시스템을 고쳐야 했다. 갈등을 크게 빚는 사회적 의제들에 대해서 청와대도 결국 이런 저런 공론화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가. 사실 청와대가 이렇게 자신을 ‘정부’라 여기는 데에는 헌법의 모호성이 기여한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책임자의 선을 넘어가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한 번 더 양보해서, 대통령중심의 헌법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선 청와대가 과도적으로 적폐청산 과정을 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하자. 청와대가 정말 확실하게 개혁을 실행한다면, 집중된 권력이나마 합리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경제정책 책임자를 교체하면서도 정책은 옳다는 주장은 당당함을 깎아 먹었고,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다수의 후보자들을 장관으로 임명하는 독선이 반복되었으며,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달라지지 않았다. 청와대가 도덕성을 잘 관리했다면, 적폐청산에 대해 보수가 반발하거나 구태를 벗지 못한 보수당이 감히 야유를 보내진 못했을 것이다. 도덕성 없이는 적폐청산을 추진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청와대가 자신에 대해 만드는 이미지가 실망스럽다. 참모들의 능력은 정책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고 대통령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쓴소리가 나오게 만드는 것은 지도자에게 달렸다. 그런데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후보자들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은 매번 자기만족적으로 웃고 있다. 이벤트와 이미지에 매우 신경을 쓴다는 청와대가 그런 이미지를 계속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모회의에서도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이 토론하거나 격론을 벌이는 장면이 아니라, 대통령이 그냥 훈시하는 모습만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혼자 말씀하고 참모들은 착하게 웃는 이미지에선 순진함과 독선이 교차한다. 대통령 인기에 의존하는 전략은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사회 갈등이 쌓이고 있다. 장관이 직접 나서서 진지하게 설명하고, 그래도 부족하면 대통령이 나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재 사회는 폭발하면서 동시에 쪼그라들 만큼 복잡하며, 갈등의 존재는 결코 부끄러운 사실이 아니다. 그것이 없는 것처럼 말하거나 웃는 모습이 부끄러운 것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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