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보다 고택 형태 결정이 우선…진품은 ‘사과나무’ 한 점 뿐인 것이 걸림돌
대구가 낳은 천재화가 이인성(1912~50) 고택이 대구의 새로운 대표 근대 문화 전시관으로 꾸며진다.
이인성 고택 복원추진위원회는 17일 대구시청에서 ‘이인성 고택 복원 및 활용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열고 이인성 고택을 주변 근대문화유적 인프라와 연계를 통한 근대 문화 관광 중심지로 복원키로 최종 합의했다.
위원회는 서울시립 백남준기념관과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등 사례를 통해 독창적 콘텐츠와 디테일,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국근대미술의 대표 예술가인 이인성에 대한 재조명과 대구시가 추진 중인 근대 테마를 더해 근대 문화관광 대표지로 꾸미겠다는 포부다.
앞으로 이인성 고택은 역사적 고증에 충실한 개방형 고택으로 복원하며 작품과 사진 등을 통해 이인성 예술세계의 맥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계획이다. 또 이인성 화백이 운영했던 당시 예술인들의 아지트 ‘아루스 다방’과 미술학교 ‘이인성 양화연구소’의 느낌도 살리고, 증강현실(AR)을 활용한 미디어 전시와 팝업아트 등 콘텐츠로 채울 방침이다.
이중희 복원추진위원장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살아있는 공간으로 꾸미도록 하겠다”며 “10년 전부터 이인성 고택 복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번번이 무산됐던 만큼 적극적인 추진 의지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최종보고회에서 이인성 고택 복원에 대한 대략적인 청사진이 나왔지만, 단순한 계획일 뿐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상대 위원은 “고택 복원에 대한 결정 없이 콘텐츠만 고민해서는 안된다”며 “건축과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성 고택은 크게 3번의 증축으로 ㄱ자 형태의 1기(40㎡), 증축을 통한 ㄷ자 형태의 2기(60㎡), 금속기와 지붕형의 확장된 ㄷ자 형태의 3기(72㎡)로 변모해 어느 시기 건물로 복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이 화가가 거주한 1기 건물로 복원하는 것이 의미 있으나 1~3기 어느 건물로 복원하더라도 공간이 협소해 고택 뒤편 경로당 건물을 추가로 매입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현재 대구시가 소유하고 있는 이 화가의 진품은 ‘사과나무’ 뿐이어서 고택의 위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 중구 북내동 종로초교 뒤편의 이인성 고택은 마당과 주택을 합쳐 122㎡ 규모로, 대구시가 2016년 12월 매입했다. 이 화가는 1922년부터 1928년까지 이 집에서 수창초교를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김동우 대구시 문화예술정책과장은 “올 1월 이인성 고택 정밀실측조사와 이번 활용방안 연구 용역을 통해 역사적 고증과 콘텐츠 제안이 모두 끝났다”며 “빠른 시일 내 실행위원회를 구성해 중구 등과 함께 내년 5월 국토부 세부사업계획 제출 전까지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