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등 조선시대 많은 문사들이 찾았던 강진 백운동 원림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전남 강진군 성전면에 있는 강진 백운동 원림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원림은 집에 딸린 숲으로 정원이나 공원의 숲을 말한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월출산 옥판봉의 남쪽 경사지 아래쪽에 위치한다. 백운동 원림 본가 백연당에서 북쪽으로 약 11㎞ 떨어진 곳이다. 고려시대부터 이곳에 백운암이라는 사찰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계곡 옆에 ‘백운동’이라는 암각자가 새겨진 바위가 현재까지 남아있다.
원림의 내정(안뜰)에는 시냇물을 끌어 마당을 굽이굽이 돌아나가도록 한 유상구곡의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 완만한 경사면에는 꽃 계단을 조성했고, 소나무 대나무 연 매화 국화 등이 심어져 있는 등 조선시대 원림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조선시대 이담로(1627~1701)가 조영했다. 그는 손자 이언길(1684~1767)에게 ‘평천장’의 일화를 전하며 이 곳을 귀하게 여기라는 유언을 남겼다. ‘평천장’ 일화는 당나라 재상 이덕유가 ‘후대에 이 평천(이덕유의 별서)을 파는 자는 내 자손이 아니며, 평천의 나무 한 그루와 돌 하나라도 남에게 주는 자는 훌륭한 자제가 아니다’라고 경계한 일을 말한다.
이언길의 큰아들 이의권(1704~1759)이 가족 모두를 데리고 이곳으로 옮기면서 주거형 별서로 변했고, 후손 이덕휘(1759~1828)와 그의 아들 이시현(1803~1860) 등의 손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정한다.
강진 백운동 원림은 명사들이 남긴 문학작품의 무대로도 자주 등장한다. 이담로의 후손 이시헌은 선대의 문집과 행록, 필묵을 묶어 ‘백운세수첩’을 만들어 백운동의 역사를 소개했다. 강진에서 18년간 유배 생활을 한 정약용(1762~1836)도 백운동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그는 제자 초의선사에게 ‘백운동도’를 그리게 하고 12곳의 아름다운 경승을 칭송하는 시로 써서 합첩한 ‘백운첩’을 남겨 이덕휘에게 선물했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강진 백운동 원림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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