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려던 ‘공공 전기자전거 도입 사업’이 의욕만 앞선 어설픈 행정 탓에 무산됐다. 사업 부서에서 브리핑을 통해 추진 방침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했지만, 예산 부서에서 구체적인 사업시행방안이 부족하다며 반영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17일 시에 따르면 이춘희 시장의 첨단 이동수단 확충 공약에 따라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매년 200대씩 총 800대의 공공전기자전거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전기자전거를 공공자전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시는 전기자전거가 현재 공공자전거(어울링)의 통행속도 등 단점을 보완하고, 지선버스 기능도 대체할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운영 중인 어울링의 속도(10㎞/h~15㎞/h)보다 빠르면서 노약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수단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모았다. 고운동, 아름동, 종촌동 등 간선급행버스체계(BRT)와 원거리 생활권 거주자들은 ‘버스 배차 간격과 정류장 하차’에 따른 소비 시간을 줄여주는 수단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시는 공공전기자전거를 도입하면 시민 90% 이상이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것이라는 대전세종연구원의 조사 결과도 시책의 근거로 제시했다.
시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고, 내년 하반기 도입을 위한 예산 2억원을 편성해 달라고 예산부서에 요청했다.
하지만 공공전기자전거 도입은 부실한 사업 계획 탓에 무산됐다. 예산 부서에서 충전 방식과 관련한 방안과 그에 따른 예산계획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예산 반영을 거부한 것이다.
시 사업부서는 배터리 충전 방식과 관련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분리형, 자전거 거치대에서 충전하는 일체형 등 구체적인 기종도 정하지 않고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전기자전거 도입과 관련한 시민과 사업자 등의 의견 수렴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예산부서 관계자는 “전기자전거의 충전 및 이용 방식에 따라 필요한 예산이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안이 없어 예산 반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를 이용자가 각자 충전할지, 배터리를 따로 가지고 다닐지, 충전소를 설치할지 등에 따라 사업 예산이 크게 달라질 것 아니냐”고 부연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국 최초’로 공공전기자전거를 도입하는 광역자치단체는 세종시가 아닌 4월 시행하는 서울시가 될 전망이다.
시 관계자는 “인구가 늘면서 어울링 수요도 많아져 전기자전거 도입은 필요하다”며 “현재
민간 사업자에 사업을 위탁하는 방안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다만 내년부터 19세 이상 시민이 전기자전거를 살 때 최대 30만원을 지원하는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전기자전거 확충은 중단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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