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대 박사과정 왕리췬씨 ‘호서문학’ 여름호 신인상
배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배재대는 대학원 한국어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왕리췬(32)씨가 올해 발행된 ‘호서문학’ 여름호에 출품한 시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17일 밝혔다.
그는 대전의 작가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인 호서문학회가 발행하는 ‘호서문학’에 자작시 5편을 출품했는데 이 가운데 ‘잠’ ‘환자’ 2편이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수상자가 중국인이라는 점을 알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왕씨는 “마음이 시켜서 적은 글 몇 줄이 큰 상으로 돌아올 줄 몰랐다. 한국에서 보낸 10여년동안 가장 기쁜 소식을 들은 거 같다”며 “중국인이 한국의 시를 공부한다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재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산시성 웨이난사범대학교에 재학중이던 그는 대학내 한국어 교육센터에서 한글을 배우던 중 좀더 확실하게 한국어를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 2007년 배재대 한국어교육원으로 유학을 왔다. 이듬해 배재대 한국어문학과 3학년에 편입해 학부과정을 마쳤다.
그는 “학부과정에서 교수들로부터 한국의 현대문학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의 힘’을 배웠다”고 회상했다.
2010년 학부 과정을 마친 그는 이화여대 국문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2012년 석사를 마치고 곧바로 웨이난사범대 조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교수로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수록 한국현대문학에 대한 갈증은 더 심해졌다. 그래서 학교를 휴직하고 2016년 배재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처음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곳에서 마무리를 짓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박사과정을 마친 그는 학위논문의 주제를 ‘김영석 시 연구’로 정했다. 김영석 시인은 1970년 동아일보, 197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으며 배재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지금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김 명예교수의 시는 노장사상처럼 동양적 고찰을 담고 있다는 게 그의 연구결론이다.
최근 졸업논문 심사를 통과한 그는 내년 2월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중국으로 돌아가 한국어 교수로 복직할 예정이다. 그 동안 가다듬은 한국어 교수법으로 회화와 문학에 대해 가르칠 계획이다.
왕 씨는 “배움이 깊어질수록 스스로 인복이 많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때 현대문학의 문을 열어주고 시를 알게 해 준 여러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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