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물리입니다.”
박우진(40) 대한당구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 부위원장은 ‘당구는 무엇?’이라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핵물리학을 전공한 박사다.
그는 “기본적으로 경험에 의존한 연습과 훈련은 어느 순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모든 스포츠에 과학이 도입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당구도 기본적으로 테이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2차원 평면 충돌이라고 했다. 큐의 속도, 큐(cue) 끝에 달린 팁의 탄성도, 어느 부분을 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공의 회전력, 공과 당구대의 마찰력, 마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초크 등이 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개의 공으로 두 개의 공을 모두 맞추려면 이러한 것들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당구의 전설 레이먼드 크루망이 당시 최고의 실력자가 된 것은 자신만의 다이아몬드 시스템(계산을 근거로 해 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는 처음부터 당구대의 몇 번째 포인트를 치면 몇 번째 포인트를 맞고 어느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을 계산했던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박 부위원장은 “이 또한 이론일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과학을 근거로 했다고 해서 당구 실력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험치가 더해졌을 때 최고의 효과, 최고의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당구에는 과학과 경험 말고 제3의 요소가 더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로 멘탈이다.
당구는 골프처럼 기본타수(72개)에서 몇 개를 줄였느냐 더 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아니다. 반면 당구는 정해진 시간 내에 자기의 실력만큼을 모두 쳐야 하는 게임이다. 프로선수가 1시간 평균 500개(3볼 기준)를 치고 일반인이 100개를 친다고 했을 때 1시간 동안 자신의 평균 개수를 빼야 이기는 경기인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당구는 예민하고 섬세한 스포츠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단련됐느냐’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그래서 당구가 남녀노소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은 레벨이 높은 프로선수에게 필요한 요소로 일반인들은 많은 경험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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