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합의가 아니라 전쟁 재개 합의였나?”
15일(현지시간) 예멘 내전 최대 격전지 호데이다의 한 주민이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탄하듯 남긴 말이다. 지난 13일 예멘 정부군과 후티 반군이 내전이 발발한 지 약 4년 만에 기념비적인 1차 휴전 합의를 이뤘지만, 호데이다에서는 14일 밤부터 교전이 지속되며 휴전 합의 이행에 어려움이 남아 있음을 드러냈다.
6일부터 13일까지 약 일주일간 스웨덴 림보에서 마주앉은 예멘 정부와 후티 반군 측은 호데이다 항구와 시내에서 함께 부대를 철수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도시 동부에서 총격과 포격 소리가 들렸고 교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15일 밤부터 16일 오전까지 호데이다 남쪽으로 20㎞ 떨어진 알두라이히미 구역에서 공습을 비롯한 전투가 발생해 최소 29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13일 양측의 휴전 합의에는 “호데이다에서 즉각 휴전”과 “수일 내 양측 부대 철수”를 규정했지만, 서구와 중동 외교관들은 15일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휴전이 공식 발효되는 것은 17일 자정”이라고 확인했다. 유엔은 네덜란드 장성 출신으로 유엔평화유지군 사령관을 지낸 파트리크 카메르트가 지휘하는 소규모 부대를 파견해 휴전과 철수 상황을 감독할 예정이다.
한편 15~16일 이뤄진 공습은 양측간 휴전 합의 내용이 실무단까지 전달되지 되지 않아 발생했다고 유엔 측은 주장했다. 유엔 관계자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호데이다 휴전 합의는 당초 즉시 발효된다고 언급돼 있지만, 실무진에게 관련 사항이 공유되기까지는 48시간에서 72시간 정도가 걸린다”면서 “우린 휴전이 18일부터 적용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전쟁에 지친 주민은 휴전을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군이 점령한 수도 사나 주민 이스마일 고베이리는 “양측이 휴전 합의를 존중하고 다음 협상 단계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사나에서 쫓겨난 정부가 거점으로 삼은 제2도시 아덴의 주민 하산 빈 아타프는 “전쟁 주체들이 절망의 경계에 서 있는 주민들을 생각하길 바란다. 휴전이 지속되고 전쟁이 끝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진영의 상호 경계 태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14일 후티는 “적측의 어떤 합의 위반에도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불신을 드러냈다. 예멘 정부 관계자도 15일 아랍에미리트 영자신문 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반군이 호데이다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휴전 합의는 즉시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호데이다를 둘러싼 합의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행될지도 미지수다. 우선 최대 보급로인 호데이다 항구의 관세 수익을 어느 쪽 중앙은행이 관리할지 결정되지 않았다. 4년 내전으로 재정이 파탄 나고 사회기반시설이 무너진 예멘은 만연한 기아와 질병에 대응하기 위해 여전히 국제 구호에 의존해야 한다. 양측 군부대가 철수한 호데이다의 치안 회복도 과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서방에서는 양측의 공동 치안부대 운영을 희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격전지 호데이다에서의 평화 유지가 휴전과 향후 내전 종식으로 이어지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여전히 암초가 산재해 있다. 내전 기간 정부와 반군 양측을 모두 강력하게 비판한 정치분석가 히샴 알오메이시는 “예멘에서 간단한 것은 하나도 없다”라면서 “합의문이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쓰였고, 양측이 휴전 의무를 이행했는지 서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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