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청소년정책硏 연구위원
봉사경험 담은 시집 ‘사랑이…’ 출간
“아프리카 봉사활동 후 소년원 출원 청소년들의 한 단계 더 성숙한 내면의 변화와 잔상을 글로 남기고 싶었어요.”
이유진(51)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7월 소년원 출신 청소년 10명과 아프리카 잔지바르 에이즈어린이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법무부의 ‘소년원 출원 청소년 사회정착 지원 사업’의 일환인 해외 봉사 캠프에 자비를 들여 동행한 것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토대로 최근 시집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를 출간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2016년 겨울 ‘자두’ 등 세 편의 시로 한국문학예술 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된 등단 시인이며 ‘사랑이 사랑을 부른다’가 첫 시집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청소년 정책에 대해 말로만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데 대한 회의감이 들어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 오던 중 해외캠프에 동행하게 됐다”며 “연구 대상이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만나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총 53편의 시가 실린 시집 곳곳에서 봉사활동 전후 청소년들의 내면의 성장이 진솔하게 묘사돼 있다. 대표적인 ‘여행의 힘’이라는 시에서는 한국에서 도움만 받는 입장이었던 청소년들이 아프리카에서 도움을 주는 입장이 되는 경험을 통해 자신들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존재라는 걸 깨닫는 자각이 담겨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봉사활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며 “이런 행복감은 자존감 상승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기내식을 처음 먹은 청소년들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은 ‘상남자의 기내식’이라는 시는 재미있는 내용이 눈길을 끌고 비행 청소년 정책에 대한 시사하는 바도 크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청소년들은 아프리카 향신료가 든 기내식을 아무도 먹지 못했다. 그러나 봉사활동 중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제공한 ‘필라오’라는 현지 음식을 먹고 난 후 “(아프리카 전통 음식에 비해) 기내식은 먹을 만하다”며 맛있게 먹은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이 시에 대해 그는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누구나 변할 수 있다”며 “소년원 출원 청소년들이 나쁜 짓을 저지른 배경에는 ‘좋은 경험’(기내식)을 가져 보지 못한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힘줘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원래 봉사활동 경험을 에세이로 쓸 작정이었다. 하지만 업무로 계속 바쁘고, 중간 중간 몸이 아프기도 하면서 집필에 착수하지 못하다 그 때 그 때 감상을 시로 쓰고, 그 시들을 모아 이번에 시집을 내게 됐다. 시집 인세는 한국소년보호협회에 전액 기부된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바 있는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소년정책학회 감사와 한국교정학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배성재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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