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교회로부터 종교적인 분리ㆍ독립을 추진해 온 우크라이나가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창설했다. 통합교회의 새 수장으로는 기존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주교인 예피파니 두멘코(39)가 선출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정교회 성직자 190명은 수도 키예프의 성소피아 사원에서 비공개 종교회의를 열고 통합교회 창설을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러시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키예프 총대주교구 산하 우크라이나 정교회, 우크라이나 자치정교회 등 3개 분파를 하나로 합쳐 통합교회를 만들고 예피파니 두멘코를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지난 10월 동방정교회의 영적 지도자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정교회 총대주교가 우크라이나 교구의 독립을 승인한 지 2개월 만에 이뤄진 조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교회와의 분리를 추진하기 시작한 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때부터다. 우크라이나 내전 당시 크림반도가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점령하에 놓이게 되면서 이로 인해 불거진 정치 갈등이 종교로까지 확산됐다. 이번 새 수장 선출도 지난 달 러시아가 크림반도 주변 케르치해협에서 우크라이나 군함 3척을 나포하고, 국제사회가 억류된 선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NYT는 우크라이나 교구가 독립할 경우 러시아 정교회가 1억 5,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신자 중 약 30~40%를 잃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키예프 대주교구를 산하에 두고 전세계 3억명에 달하는 동방정교회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온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의 대표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은 키예프 시내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비공개 종교회의에는 ‘반(反)러시아’ 노선을 취하고 있는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는 회의 직후 성소피아 사원 앞에 모인 시민들을 향해 “내년 1월 두멘코 수장과 터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를 만나 통합 우크라이나 정교회 창립을 정식 승인 받겠다”고 밝혔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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