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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좋아하는 일에 빠져 사는 게으름뱅이, 중국 경제를 바꾼다

입력
2018.12.16 16:32
수정
2018.12.16 23:3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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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설계된 '게으름뱅이 안경'을 쓰면 편하게 누워서도 핸드폰을 조작할 수 있다는 한 온라인쇼핑몰 광고의 한 장면. 바이두
특수 설계된 '게으름뱅이 안경'을 쓰면 편하게 누워서도 핸드폰을 조작할 수 있다는 한 온라인쇼핑몰 광고의 한 장면. 바이두

지난해부터 중국 매체들에선 ‘란런(懶人) 경제’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게으름뱅이 경제’쯤일 텐데,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경제현상을 의미한다. 물론 게으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것이 경제적 동인이 되기는 어렵다. 란런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만 빠져 사는 게으름뱅이다.

중국의 최대 온라인쇼핑몰 타오바오(淘寶)는 이달 초 공개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의 게으름뱅이 경제 규모가 160억위안(약 2조6,3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보다 70%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쇼핑 이외의 영역에서도 게으름뱅이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선 게으름뱅이 경제가 중국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경제용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란런은 본인이 원하는 일에 최대한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기꺼이 비용도 지불하지만, 그 이외의 일이나 노동에는 무관심하거나 최소화하려고 한다. 특히 20대의 주축이 된 지우링허우(90後ㆍ1990년대 출생자)들에겐 란런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자기 주장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한 이들 세대는 타인의 시선보다 본인의 호불호를 중시한다. 또 인터넷이 보편화하고 모바일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기에 10대를 보낸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이기도 하다. 게으름뱅이 경제의 성장이 디지털 경제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 이유다.

실제 타오바오와 징둥(京東)닷컴 등 주요 온라인쇼핑몰에는 게으른 사람들을 겨냥한 코너가 따로 구성돼 있다. 오래 누워 있어도 편안한 개인소파, 동영상을 오랜 시간 감상하거나 누워서 책을 읽어도 목이 아프지 않게 특수설계된 안경, 청소ㆍ빨래 등 가사노동의 시간을 줄여주는 로봇청소기나 소형ㆍ벽걸이형 세탁기, 요리의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스마트 볶음기나 제빵기 등이 인기 상품들이다.

따지고 보면 게으름뱅이 경제는 중국에서 일상화한 O2O(온라인ㆍ오프라인 연계) 서비스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누구나 고객이 되거나 서비스 제공자가 될 수 있는 용이한 접근성이 게으름뱅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동력이기도 하다. 자신의 관심사에 몰두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 외의 다른 대부분의 것들은 O2O 서비스로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중국의 2030세대 가운데 ‘1인 가구’의 비중이 다른 세대보다 훨씬 높은 것 역시 게으름뱅이 경제와 무관치 않다.

매일경제망(每日經濟網)은 “게으름뱅이 경제의 성장은 자원 분배를 최적화하는 과정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면서도 “독립적인 생활이 아니라 인터넷ㆍ모바일에 지배당하는 생활습관이 굳어지면서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무기력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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