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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창조를 이끄는 건 호기심이다

입력
2018.12.1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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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찬 포럼에서 강사로 나온 과학탐험가가 증기, 전기, 정보통신이 각각 1~3차 산업혁명의 성장동력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은 AI나 자율자동차, 빅데이터가 아닌 ‘호기심’이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호기심이 있는 사람은 주변 현상에 대해서 ‘사람들 왜 저래?’ 또는 ‘무슨 일일까?’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답을 찾으려 한다.

네덜란드의 바스 란스도르프는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가 풍력발전소 사업에서 번 돈으로 2011년 창업한 우주벤처기업 ‘Mars One’은 화성에 인류를 보내 2027년까지 인간이 거주하는 영구 식민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SF영화 ‘마션’이 흥행에 성공했던 터라 화성 생활을 전세계에 중계해서 받는 중계료만으로도 화성 여행과 식민지 개척에 들어간 천문학적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스웨덴의 디자이너 야코브 프뤽셀리우스가 개발한 보드게임 ‘테라포밍 마스’는 한 차원 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315년, 지구 자원이 고갈되어 인류의 미래가 위협받게 되자 세계정부는 화성진출 계획을 발표한다. 게임의 목표는 기온, 산소 농도, 해수량 등 3가지 행성 지표를 높여서 생명이 살 수 있을 정도로 화성의 환경을 지구화(terraforming)하는 것이다. 평균기온은 -30도에서 +8도까지 올리고 산소 농도는 0%에서 지구에서 가장 산소 농도가 낮은 고원지대 수준인 14%까지 올려야 한다. 수문순환(水文循環)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행성 표면의 9%가 물로 덮여야 한다. 플레이어들은 쇠, 식물, 에너지, 열 등 6가지 기본 자원을 활용해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신이 애초에 창조과정을 통해 지구에 생명체를 보존하려는 계획을 실행했다면 이와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기업들은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것보다 한층 절실한 생존 노력을 기울인다. 최신 ICT기술로 묵은 관습, 조직, 비전을 혁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PC에서 모바일로 진화한 참을성 낮은 고객의 욕구는 결정적 순간(Moment of Truth)을 넘어 더 잘게 쪼개진 잠깐(Micromoments) 단위로 해결한다. 모빌리티 플랫폼, 배달앱, 온라인 부동산과 여행 서비스를 만들어 옴니채널을 통해 고객과 크로스오버한다. 고급 호텔의 전유물이던 맞춤형 컨시어즈 서비스는 어느새 고원지대 산소 농도처럼 최소한으로 여긴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홀로 조난당한다. 인분으로 일군 토양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발사장치 연료에서 질소를 떼내고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든다. 생산량(revenue)과 먹어 치우는 양(burn rate)을 따져보며 끝도 없이 생기는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 나간다. 외부 자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생력을 키워야 살아남는다는 뜻의 실리콘밸리 신조어 ‘와트니 법칙’도 주인공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낙천적 성격이 만들어 낸 생존법칙이다.

호기심으로 일상을 바라보면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각과 도전의식을 얻을 수 있다. 할리 데이비슨 바이커들에게 똑같은 패턴의 옷을 만들어 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유명 디자이너는 천체물리학자 아내를 따라다니며 관측한 다양한 천체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덕택이라고 한다. 호기심과 발품으로 길어 올린 경쟁력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세상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낸다. 새로운 발견은 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인간의 호기심이야말로 진보와 발전을 주도하고 창조를 이끄는 원동력이다. 예술적ㆍ과학적 사고를 가진 다빈치형 인재들의 호기심을 한껏 치켜세워 성장동력이 떨어져 걱정이 커가는 우리나라 경제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워보자.

구자갑 롯데오토리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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